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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금개혁 무산은 직무유기…새 국회서 최우선 처리를

━ 국회 연금특위 결국 여야 합의 실패, ‘빈손’ 종료 ━ 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필수…정치권 결단 시급해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그제 여야 간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여야 협상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회 연금특위는 논란이 됐던 5박7일간의 유럽 출장 계획도 취소했다. 그동안 뭐하다가 임기 만료를 3주 정도 앞둔 시점에 외유성 출장을 가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던 사안이다.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한 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와 무책임 때문이다. 현재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재정 계산 결과다. 1990년생이 65세가 돼 노령연금을 받을 시점이 되면 연금 기금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민연금은 구조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기성세대는 혜택을 보겠지만, 미래 세대는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소득의 절반가량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시가 급한데도 정부는 지난해 10월 ‘맹탕 개혁안’을 작성해 국회로 공을 떠넘겼다.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 등에서 정부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해야 했는데 비겁하게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3대 개혁의 하나로 연금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결국 말뿐이었다. 연금개혁 논의가 국회로 넘어온 뒤에도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국회 연금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에서 넘겨받은 공을 다시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로 떠넘겼다.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란 대전제는 사라지고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소모적인 공방만 벌어졌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말 시민대표단 다수안이라며 ‘더 내고 더 받는’ 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을 제시했지만,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 등은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이제 연금개혁의 공은 새로 구성할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미래 세대를 위한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의 결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25년째 소득의 9%로 동결된 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여야 협상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안(13%)을 논의의 시작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에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우려가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에선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갖고 최우선으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길 바란다. 이번에도 연금개혁에 실패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면 미래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2024-05-08

[사설] 수출도 좋지만…K방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 인니, KF-21 전투기 개발 분담금 3분의 1로 일방 축소 ━ 차관 제공하고 수출하는 무기 상환 안전책 마련하길 K방산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혔던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KF-21·보라매 사업) 개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KF-21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조건으로 개발비의 일부를 분담키로 했던 인도네시아가 최근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조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어제 “인도네시아 측은 KF-21 체계 개발 종료 시점인 2026년까지 6000억원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다”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8조1000억원을 들여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4.5세대의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공군의 노후 기종인 F-4와 F-5 전투기를 대체하고 향후 수출로 개발비의 일부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2016년 한국 정부가 개발비의 60%를,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인도네시아가 각각 20%를 부담키로 하는 계약이 이뤄졌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개발에 성공한 전투기의 실전 배치를 앞두고 인도네시아가 계약 당시 분담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KAI 사천공장에 파견됐던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관련 자료를 빼돌리다 적발된 시점에 인도네시아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이 지불하는 금액만큼의 기술만 제공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국방부 주변에선 인도네시아가 이미 설계도까지 통째로 빼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그간 5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고, 정부와 업체(KAI)가 부족분을 부담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이 개발비를 떠안으면 원가가 상승해 수출 경쟁력에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국민의 세금도 그만큼 더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일을 무기 수출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한국은 지난해 K-2전차 등 명품 무기를 앞세워 173억 달러(약 23조6100억원)어치의 무기 수출을 수주해 2년 연속 세계 10위권을 기록했다. 정부는 현금이 부족한 나라에 차관을 주고, 국회는 연간 15조원이었던 차관 한도액을 2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출입은행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방산 세계에선 차관으로 무기를 수입한 채무국이 상환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무기 수출 확대에 전력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의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가 돼선 안 된다. 제2의 인도네시아 사태를 막기 위한 기술 유출 방지와 차관 상환 등의 체계적인 안전장치 마련은 정부의 몫이다.

2024-05-08

[유홍준의 문화의 창] 소박한 자유인,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홍세화가 지난달 18일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현재의 모습으로 이야기되지만, 죽음은 그의 삶 전체를 드러낸다. 홍세화는 1947년 해방공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아나키스트로 8·15해방이 되자 귀국하여 새 가정을 꾸려 홍세화를 낳았다. 그 기쁨과 희망을 담아 아들의 이름을 세상 세(世), 고를 화(和), 세상을 평화롭게 하라며 세화라 지었다. 민주화 운동으로 20년 망명 생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등장 ‘톨레랑스(관용)’의 정신을 설파 장발장은행장으로 약자 옆 지켜 그러나 아버지는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였고, 가정마저 파탄이 나 홍세화는 5살 때부터 외가에 떠맡겨졌다. 그러나 홍세화는 반듯하게 자라 경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 공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바로 그해 가을 아버지를 따라 선조의 묘가 있는 충남 아산군 염치면 황골 마을에 성묘 갔다가 남양 홍씨 집안 어른으로부터 6·25동란 때 황골 양민학살 사건에서 어머니와 함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삶과 죽음, 국가와 민족, 전쟁과 평화, 이런 상념들이 온몸을 휩싸고 돌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민족적 비극의 현장 이야기를 몰랐다면 자신은 어영부영 한 생을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학업을 팽개쳐 낙제를 했고, 마침내 자퇴하고 말았다. 사람들과 말을 섞기 싫어서 입에 물을 한 모금 물고 다녔다고 한다. 사르트르를 비롯한 실존주의 책을 열심히 읽고, 고전음악 감상에만 열중했다. 그러다 종로에 있는 르네상스 음악감상실에서 박일선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호방한 풍모의 박일선은 방황하는 홍세화에게 다시 대학에 입학하라고 권했다. 그는 사랑을 붙잡기 위해 공부하여 1969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어 외교학과에 들어왔지만, 우리나라 외교의 총량이라는 것이 미국의 동아시아담당차관보 한 명의 역할만도 못함에 실망하고는 연극반장 임진택의 권유로 연극에 열중했다. 그러나 1971년 위수령이 발동되고 학생들이 군대에 끌려가는 폭압에 저항하여 ‘민주 수호 선언문’을 작성하여 배포하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군대로 끌려갔다. 1975년, 군에서 제대하였는데 유신독재는 날로 심하여 긴급조치가 발동되고 있음에도 정치권과 재야가 침묵으로 흐르는 것에 분개하여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에 가담, 시내에서 반독재 삐라(전단)를 뿌렸다. 홍세화는 생계를 위해 1979년, 한 기업에 취직했는데 곧바로 유럽 지사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파리에서 근무하던 중 남민전 사건이 터져 귀국하지 못하고 프랑스에 망명하게 되었다. 그는 택시 운전을 하며 살아가면서도 고국의 장래를 위해 고민한 것을 1995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창비)로 펴냈다. 이 책에서 홍세화는 한국 사회에는 절대적으로 ‘톨레랑스’ 정신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톨레랑스는 상대방의 소견을 용인하는 관용이다. 그리고 이어서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1999년)를 펴내며 분단 현실의 극복을 설파하였다. 2002년, 홍세화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음을 확인하고 마침내 귀국하여 자기의 제2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한 언론사의 기획위원으로 있으면서 진보 논객으로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빨간 신호등』, 『결:거?s에 대하여』 등을 펴냈다. 그리고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에 온몸을 던져 잡지 ‘말과 활’의 편집·발행인, 진보신당 대표, 학벌 없는 사회의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항시 공부를 중하게 여겨 학습공동체 협동조합 ‘가장자리’의 이사장을 지냈다. 그리고 외국인 보호소에 갇힌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마중’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언제나 소외된 사람들의 벗이 되고자 했다. 그는 어려서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그렇게 이웃에게 나누어주며 살아갔다. 그의 마지막 직함은 ‘소박한 자유인’의 대표였고, 벌금형을 받고 돈을 낼 수 없어 징역을 사는 이들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장이었다. 홍세화는 평생 무신론자였다. 그런데 작년 12월 15일이었다. 암 투병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사촌 여동생이 성공회 이대용 신부님을 모시고 와서 기도를 해주었다. 이때 신부님이 기독교에 귀의할 것을 은근히 권하자 그러겠다고 했다. 이에 신부님이 세례명을 무어라 하면 좋겠냐고 묻자 홍세화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자신은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구원해준 미리엘 주교의 선행을 가슴 속에 담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겐 미리엘이라는 세례명이 부여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소설 속에 미리엘 주교가 있었고, 대한민국엔 현실 속에 미리엘 홍세화가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홍세화는 인생을 참 잘 산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1970년 서울대 문리대 교정 마로니에 그늘에서 만나 50년 넘게 함께 지낸 벗으로서 작별한다. “잘 가라! 세화야!” 유홍준 본사 칼럼니스트·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2024-05-08

[김현기의 시시각각] 기자회견 관전 포인트

국민이 대통령에 준 마지막 기회 대통령, 주먹쥐지 말고 고개 숙여라 기자, 매섭고 집요하게 재확인하라 #1 여러 해외 지도자들의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지켜봐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2016년 11월 14일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회견.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공화당에 패배한 직후였다.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 "민주당은 충격적인 패배를 했다. 앞으로 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느냐." 오바마는 이렇게 답했다. "난 (내 의견이 아닌)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걸 지켜보겠다. 내 임기가 곧 끝나는 게 참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2008년 대선 당시 아이오와주에서 이긴 것도 무려 87일 동안 머물며 각 동네를 돌아다닌 끝에 힘겹게 이겨낸 것이지,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inevitably) 이긴 게 아니다. 마찬가지다. 변할 수밖에 없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변하는 법이다." 우선 당 패배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새 길'에 자신이 방해세력이 되지 않을 것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반성과 각성, 변화를 향한 열정은 모두의 몫임을 고급지게 설명했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회견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주먹을 쥐고 "내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고 반박 또는 변명하지 말라. 고개 숙이고 "내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고 이해를 구하라. 국민은 보이는 걸 믿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주장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나도 솔직히 정말로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 있는 형편이 못 됩니다. 제 책임이 큽니다. 대신 당장 큰 도움이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이러이러한 것들을 우선적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이번 만큼은 제발 법률가가 아닌 대통령의 화법으로 답해야 한다. 이번 회견은 윤 대통령이 결정한 게 아니다.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2 그렇다면 기자들은 뭘 어떻게 물어야 하나. 첫째, 짧게 핵심만 명쾌하게 물었으면 한다. "질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도 빼자. 재임 2년 소회 같은 질문도 필요 없다. 631일 만의 회견이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로 제한돼 있다. 모두발언까지 있다. 장황하게 묻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대통령의 단답형 답변을 끌어내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당시 120분의 발언 대부분은 윤 대통령 몫이었다(민주당 주장 85%, 대통령실 주장 70%). 대통령 페이스에 휘말릴 수 있다. 자신이 없는 기자는 아예 손들지 않는 게 좋겠다. 되레 회견 후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다. 대통령실은 주제를 폭넓게 가져가려 할 것이다. 그래야 난감한 질문을 분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다수 국민이 대통령 입을 통해 알고 싶은 건 뻔한 것 아니겠는가. ^채 상병 사건(참모에게 격노한 게 맞는지, 특검법 어떻게 할지, 이종섭 전 대사를 왜 서둘러 출국시켰는지) ^김건희 여사 의혹(디올 백 왜 받았는지, 어디에 뒀는지, 왜 사과를 하지 않는지) ^국정 운영 방향(이대로 향후 3년을 식물 대통령처럼 이끌 건지, 야당과의 협치 제도화는 어떻게 할지), 이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묻길 바란다. 대통령이 두루뭉술하게 답하면 사전에 준비한 다른 질문 말고 이 부분을 추가 질문으로 매섭게, 집요하게 재확인하길 바란다. 사실 이 세 사안에 대해 국민은 그 어떤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미국의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 토머스 헬런의 말처럼 기자가 캐묻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돼버린다. 기자회견이지, 대통령회견이 아니다. 잊지 말자. 셋째, 기자는 질문을 해야지 도발하면 안 된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깎아내리거나 모멸감을 주려 해선 곤란하다. 그건 정의로움이 아니다. 국민은 내공에서 배어 나오는 매서움과, 태도에서 배어 나오는 무식함을 금방 구별한다. 대통령과 기자들의 불꽃 튀는 60분 공방을 기대한다. 김현기(luckyman@joongang.co.kr)

2024-05-08

中전기차 불났는데 문 안 열려 일가족 사망…업체 해명은

중국 전기차가 화물차와 부딪힌 뒤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전기차 회사가 “전원 공급 장치가 끊어져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오후 산시성 윈청시 인근 고속도로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AITO)의 SUV M7이 앞서 달리던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차량은 폭발과 함께 불길에 휩싸였고,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3명 모두 사망했다. 유족은 사고 당시 차량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고, 탑재된 제동장치와 에어백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을 주장했다.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아이토 측은 6일 웨이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자동긴급제동장치(AEB)로 충돌을 피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사고 차량의 제동 장치는 충돌 전 정상이었으나, 사고 전 5분 이내에 두 번의 제동이 있었고 차량은 정상적으로 감속할 수 있었다”며 “자동긴급제동 작동 범위는 4~85㎞/h다. 충돌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115㎞로, 그 범위를 초과했다”고 했다. 충돌 후 차량 문이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충돌 시 트럭 후미의 철제 구조물이 앞좌석까지 침범했고, 이로 인해 엔진룸과 조수석의 전력선이 파손돼 충돌 신호가 전달되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어백은 정상 작동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회사 측의 해명에도 긴급 상황에 대처한 보조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충돌 시 전력이 끊어지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속 150㎞까지 자동긴급제동이 가능한 화웨이의 지능형시스템을 광고했으나 실상과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화웨이는 해당 차량이 합작이 아닌 자사의 부품 제공, 기술 지원 등으로 제조된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정시내(jung.sinae@joongang.co.kr)

2024-05-08

[시론] 호주의 오커스 참여 제안은 한국에 기회다

호주·영국·미국이 참여하는 오커스(AUKUS) 안보 파트너십, 즉 군사동맹이 2021년 9월 발족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지난달 AUKUS 원년 멤버인 3국 국방부 장관이 의미심장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서 3국 안보협력을 기존 군사협력 이외에 기술협력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 선언했다. 즉, 군사협력 분야인 첫째 축(Pillar 1)은 기존 AUKUS 회원 3개국에 국한하더라도 기술협력 분야인 둘째 축(Pillar 2)에는 한국·일본·캐나다·뉴질랜드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연이어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이 AUKUS 둘째 축에 참여할 것을 권고했고, 일본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AUKUS 둘째 축은 양자 컴퓨팅, 사이버 안보, 극초음속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범 3년 오커스 회원 확대 추진 한국에 기술협력 분야 참여 권유 한미동맹 강화 위해 긍정 검토를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힘겨운 경쟁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혼자 힘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서방국가들과 연대하려 한다. 중국으로 기술이 이전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동맹국들과 협업함으로써 기술발전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미국의 이런 의도에 중국은 반발하고, 특히 일본이 AUKUS 둘째 축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최근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한·호주 2+2(외교, 국방부 장관) 회의에서 호주가 한국에도 AUKUS 둘째 축에 참여하라고 권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한국 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니 이참에 AUKUS 참여의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생겼다. 2021년 AUKUS가 발족할 때부터 3각 군사 동맹이자 가장 유대감이 강한 앵글로색슨 3국 동맹이라는 측면에서 이목이 쏠렸다. AUKUS 출범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동맹의 기본구조, 즉 ‘중심축과 바큇살 체제(Hub & Spoke System)’를 변경하려는 신호탄으로 간주됐다. 기존 동맹의 기본구조는 미국이 강력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2차 대전 이후 70여 년간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국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모든 동맹국을 미국이 1대 1로 지켜주고 관리해주던 ‘중심축과 바큇살 체제’가 더는 지탱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한 미국 전략가들이 대안으로 고안한 것이 ‘격자 구조(lattice structure) 동맹’이다. 미국은 격자형 동맹구조 개념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에서 공론화했다. 격자 구조는 미국이 여전히 중심이지만, 많은 나라가 미국의 군사력에 의지하는 체제가 아니라 3~4개 국가가 미국을 중심으로 뭉치는 체제다. 향후 미국은 미국·호주·인도·일본이 참여하는 4자 안보 대화인 쿼드(Quad)와 AUKUS 외에도 3~4개 안보협력국을 묶는 격자 구조 동맹을 추가로 만들어 여러 개의 격자를 연결하려 할 것이다. 구조학적 측면에서 보면 ‘연쇄 격자 동맹 그물망’이 ‘중심축과 바큇살’ 구조보다 더 견고할 것이다. 현행 한·미동맹 구조를 보면 중심축인 미국을 향해 한국이 바큇살 끝에 붙어있는 모양의 1대 1 동맹이다. 이런 바큇살 동맹은 한·미 양국 동맹의 여건이 변하면 바큇살이 손상되거나, 다른 외부요인에 의해 바큇살이 단절될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 만약 한·미 동맹이 다른 3~4개의 동맹국이나 안보협력국들과 격자 형태로 엮어지면, 미국과의 양자 관계가 다소 순탄하지 못할 때라도 동맹구조 자체는 안전할 수 있다. 미국도 자국이 중심축에 서서 수많은 나라를 1대 1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니 격자구조 동맹을 선호할 것이다. 기존의 바큇살 동맹 구조가 동맹국 보호에 중점을 뒀다면, 새로운 격자형 동맹 구조는 합동 전력 투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미국의 동맹구조는 격자형으로 갈 개연성이 높다. 한국도 격자구조 동맹에 참여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국 중심의 다른 소다자 안보협력체를 만드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에 호주가 권유한 AUKUS 둘째 축에 참여도 검토해보길 바란다. 특정국이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겠지만, 호주가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백순 전 주호주대사

2024-05-08

[안혜리의 시선]대통령의 확신, 불안한 복지부

"국민 여러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십니까?" 4·10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달 1일, 정부가 자초한 의료대란으로 국민적 피로감이 쌓여가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이렇게 국민 공감으로 포장한 전공의 비판으로 시작했다.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 51분의 상당 부분을 의대 증원 2000명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의사 집단 비판에 할애했는데, 핵심은 "억울하다"는 거였다. 정부 결정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다양한 의료 단체는 이를 수차례 협의해놓고는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환자 내팽개친 무책임한 의사들이 그런 적 없다며 오히려 정부를 비난하고 있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한다는 주장이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비난합니다.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습니다.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입니다. 의료현안협의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 기구를 통해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습니다. 의사인력전문위원회에서는 무려 9차례에 걸쳐 증원 규모,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의대 교육 역량 등을 논의했습니다.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습니다. " (담화 일부) "근거·논의 충분" 대통령 담화 후 법원 자료 요청에 정부 우왕좌왕 쓸데없는 밀실 논란 자초한 측면 담화에 앞서 2000명 증원이 결정된 2월, 그러니까 기재부가 예산 배정을 하기도 전부터 이런 정부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며 예비비를 미리 끌어다 90억원의 홍보비까지 썼다. 일반 국민은 대부분 그러려니 했겠으나 당사자인 의사 집단과 이를 취재해온 언론은 대통령의 강경한 어조의 담화에 의아했다. 증원 규모를 놓고 이런저런 추측이 나오긴 했지만 2000명이란 파격적인 숫자가 처음 공개된 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이를 공식 발표한 지난 2월 6일 당일이었기 때문이다. 형식상 발표 1시간 전에 보정심 회의를 거치기는 했다. 하지만 위원들은 사전에 숫자와 근거자료를 공유 받기는커녕 회의에 들어가서야 2000이란 숫자를 처음 봤다고 한다. 보정심 뿐 아니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숫자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틀 뒤 '담화문 팩트 체크'를 발간해 대통령 발언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했다면 산출 과정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복지부와 의료계가 만났지만 '규모' 논의는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증원을 둘러싼 서로 다른 입장은 나름 그 타당성이 양립할 수도 있으나, 팩트를 놓고 정반대로 엇갈린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주장은 그럴 수 없다. 한쪽은 틀린 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그것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방송 담화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며 강조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난달 30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의대생 등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서울고법이 정부 측에 "10일까지 증원 규모 2000명의 근거 등의 자료를 내면 그다음 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을 때 사법부의 지나친 정책 간섭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워낙 자신 있게 "근거가 있고 논의도 충분했다"고 했기에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의대 증원 자체에 제동이 걸릴 일은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젠 모르겠다. 증원과 관련해 대통령이 언급한 4개 회의를 주관한 복지부와 교육부가 동시에 회의록이 있느니 없느니, 회의록 작성이 의무니 아니니 하는 본질과 벗어난 발언을 수시로 번복하면서 2000명 증원 근거에 대한 신뢰를 정부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탓이다. 이러다간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 내 논의 과정 없이 대통령실 내 일부 강경파 주도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내려보낸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판명 날지 모를 일이다. 이는 비단 의료개혁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처분 결과를 지금 장담하긴 어렵다. 다만 결정과 무관하게 정부의 자료 제출 시한에 앞서 오늘(9일) 열리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근거가 있고 논의를 했다"는 기존 언급을 넘어 누가 어떤 보고를 했으며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어떤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명확하게 답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비선 논란에 시끄러운데, 이런 주요 정책까지 그런 쓸데없는 논란에 휘말릴까 걱정되서 하는 말이다. 안혜리(ahn.hai-ri@joongang.co.kr)

2024-05-08

[이정민의 퍼스펙티브] 위기의 보수, 무너지는 중산층 복원에 당력 모아야

4·10 총선이 보수 정당에 주는 교훈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192대 108이라는 충격적 숫자만이 아니다. 여소야대와 레임덕 우려보다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건, 보수 정당의 3연속(2016년, 2020년, 2024년)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났다. 123석을 얻은 민주당과는 1석 차였지만 국민의당(38석)·정의당(6석)까지 합친 진보 진영은 모두 167석에 달해 정국을 단숨에 거야(巨野) 구도로 탈바꿈시켰다. 이듬해 박 대통령 탄핵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분명히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122석이 걸린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민주당(82석)이 약진하며 새누리당은 35석을 얻는 데 그쳤다. ‘수도권=보수 정당의 무덤’이 굳어진 건 이때부터다. 역대 보수정권, 중산층 육성 성과 박정희의 의료보험은 진보 정책 지금의 보수는 철학·비전 부재 청년문제 해결로 실력 입증하길 1997년 대선에서 DJ(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사상 처음 진보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당시 정치 지형은 ‘보수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원조 보수 김종필(JP)·박태준(TJ)까지 끌어들인 DJT연합으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보수 정당 후보(이회창)와의 격차는 1.98%에 불과했다. 보수 정당에서 탈당해 제3후보로 나선 이인제(국민신당) 후보가 19.2%를 득표한 걸 감안하면 보수의 절대 우위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200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2012년) 등 진보 진영의 화두는 단일화와 통합에 쏠렸다. 그러나 2017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지형이 180도 바뀌었다. 이젠 ‘진보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중도까지 아우르는 통합과 단일화는 보수의 의제가 됐다. 2020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은 당명까지 미래통합당으로 바꾸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 보수 대통합을 성사시켰지만 결과는 대패였다.(미래통합당 103석, 민주당 180석) 문재인 정권의 실정으로 2022년 대선에서 보수 정당이 정권을 찾아오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격차는 불과 0.73%포인트였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이마저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보수 아성 약해지고 진보는 두터워져 지난 10여년 간의 전국 단위 선거를 분석해 보면 ‘보수 40:중도 20:진보 40’의 정치 지형이 붕괴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표밭에서 보수의 아성은 약해지고 진보는 두터워지고 있다. 선거의 승패는 중도·무당층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결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참패했지만 4년 전보다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로 줄었다. 뚜벅뚜벅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서 이긴다”(여의도연구원장 출신 의원)는 정신승리로는 다음 선거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인식은 청년세대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와 연령대별 인구정치학적 지형의 변화를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사회·인구의 구조적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보수 정치의 새출발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40대 전략 안 세우고 방치” ‘청년=진보, 노인=보수’라는 통념도 깨졌다. 〈표1〉의 대선 후보에 대한 연령별 투표율 추이를 보자. 2002년 진보(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20, 30대가 20년 후 40, 50대가 됐지만 2022년 대선 때 여전히 진보(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 50대는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진보 성향을 뚜렷이 드러냈다. 방송 3사의 비례대표 투표 정당 출구조사에 따르면 40대는 70.7%(더불어민주연합 32.5%, 조국혁신당 38.2%)가, 50대는 63.6%(더불어민주연합 25.1%, 조국혁신당 38.5%)가 진보 정당을 지지했다. 인생의 일정한 시기에 동일하고 중대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일생 동안 동질한 사상과 정치의식으로 뭉쳐 집단화하는 ‘코호트 효과’의 전형이다. 전쟁과 기아를 경험한 노년 세대가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이고, 민주화를 경험한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가 50, 60대가 돼서도 진보 성향을 고수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20대 득표율은 노무현 후보와 비교해 32% 대 62%였다. 당시 20대였던 현재 40대의 지역구 득표율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63%로 22년 전과 똑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지난 20여 년간 가장 취약한 세대였던 이들 40대에 대한 정밀한 전략을 세우지 않고, 최대 이슈를 방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보수 정당 지지층도 쪼그라들고 있다. 호남에서의 민주당 지지는 견고한 반면, 영남의 국민의힘에 대한 충성도는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더욱이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서면서 영-호남 지역 대결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파워를 행사해 온 영남 중심의 보수 정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지 기반 중산층 붕괴에 위기 못 느껴 보수 정당이 50년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건 독재 때문이 아니라 두터운 중산층 덕분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중산층이 균열하면서 보수 정당 장기 집권도 종지부를 찍었다. 한때 70%에 육박할 정도였던 중산층 비중이 1997년(64.8%) 이후 8년간 5.3% 감소했고, 하위층은 3.7%, 상위층은 1.7% 증가했다(삼성경제연구소). 경제 성장의 산물인 중산층은 보수 정당 집권을 지탱해온 정치 기반이었다. 역대 보수 정권은 이승만의 토지개혁, 박정희의 의료보험·공적연금 도입과 고교 평준화, 김영삼의 금융실명제 등의 개혁정책을 좌파 정책이란 공격을 받으면서도 밀어붙여 중산층의 지지를 받았다. 진보의 어젠다를 선점한 ‘새로운 보수의 비전’이 결국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최고의 선거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20년 59.4%에서 2022년 53.7%로 감소했고 하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40.5%에서 45.6%로 늘었다. 중산층 몰락이 가속하고 있는데도 보수 정당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지난 시대에 보수의 무기는 국민을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보수는 철학도, 대안도, 비전 제시도 없다. 선거 때면 밖에서 반짝 셀럽들을 영입해야 할 정도로 인재난이다. 그러니 진보를 추종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무능한 보수에 실망해 진보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영국 보수당, 이념 집착 않고 변화 수용 거대 지주와 귀족의 정당이던 영국 보수당은 대영제국의 몰락과 대중 민주주의, 복지국가가 등장한 지금까지도 300년 넘게 지배적 정당으로 장수해 왔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의 저자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고루한 원칙이나 교조적 이념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하는 현실에 자신을 맞춰 가는 유연함과 적응력 때문”이라고 비결을 분석했다. 강 교수는 “자유당·노동당이 추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용·모방했으며, 이전 정부가 큰 정치적 논란 뒤에 실행한 정책을 보수당이 집권해서 되돌리려 하지 않았다”며 “이런 유연성 덕분에 대토지 소유계급과 귀족들의 정당이 대영제국의 정당, 상공업자의 정당, 복지국가의 정당으로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급의 생활·복지 개선 같은 사회 개혁이 요구될 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과감히 요구를 수용해가며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몰락을 막고 집권 기반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은 위기에 놓인 국민의힘이 교훈으로 새겨야 할 대목이다. 청년 비전 제시, 유능한 보수로 변해야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20대(0.1%포인트 격차), 30대(0.9%포인트 격차)에서 근소하게나마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표1〉. 이번 4·10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진보정당(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에 몰표를 준 30·40대에 비해 20·30대의 진보 지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표2〉. 허진재 한국갤럽 부사장은 “2022년 대선의 승패를 가른 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란을 경험한 2030세대가 진보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주택 자가보유 비율은 각각 10%, 40%로 전 연령층(40대 73%, 50대 80%, 60대 81%)에서 가장 낮다. 전쟁·민주화 운동 같은 사회적 격변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세대는 ▶취업·부동산·복지 같은 현실적 이슈에 민감하고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안보관을 갖고 있으며 ▶실용적 투표 행태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 인구정치학적 위기에 처한 보수는 청년세대에서 희망을 찾기 바란다. 청년 문제 해결에 당력을 집중하고 대안과 비전 제시 경쟁을 통해 지도자를 뽑는 대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앞선 보수 지도자들이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개혁 정책으로 지지층을 확보했듯이 ‘유능한 보수’로 다시 태어나기 바란다. 이정민(lee.jungmin@joongang.co.kr)

2024-05-08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북·러 짬짜미로 사라진 대북 감시의 눈

영국 BBC방송은 지난 5일 국제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미사일에 장착된 핵심 전자부품 대부분이 지난 수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제조된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2023년 3월에 제조된 미국산 반도체 칩도 북한 미사일에 사용됐다”라고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 1월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공격한 미사일 잔해에서 발견된 제품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이 미사일을 조사한 분쟁무기리서치(Conflict Armament Research·CAR)의 부대표 데미안 스플리터스는 “20년 동안의 가혹한 경제제재에도 북한은 무기 제조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손에 넣었으며 매우 신속한 속도로 제조했다”고 BBC에 전했다. 지난달 대북 전문가 패널 종료 중은 대북 밀거래 눈치껏 묵인 러는 대북제재 허물어 북 돕기 영원한 벗 없다는 점 직시해야 북,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밀반입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밀거래 사례를 통해 북한이 촘촘한 대북제재망을 뚫는 방법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2월 초 북한 고위 인사 한 명이 중국 베이징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어정쩡하게 걸어가는 이 인사의 걸음걸이를 수상하게 여긴 검색대 직원이 불러세워 조사한 결과 그의 몸에서 10만 달러의 현금 뭉치가 나왔다. 당시 중국에서 신고하지 않고 반출할 수 있는 외환 한도가 5000달러였지만 이 인사는 10만 달러를 랩과 테이프를 이용해 몸에 칭칭 감은 상태였다. 정보 당국은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충성자금을 불법으로 가져가려다 적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은행 거래가 막혀 있는 북한은 거액의 달러나 중국 위안화 뭉치를 화물차의 핸들 경음기 안쪽에 숨기는 등, 마약을 운반하듯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유형의 불법 외환 운반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북·중 교역의 관문인 중국 단둥의 세관 야적장에선 중국 세관원들의 묵인 속에 밀수가 다반사다. 통상 세관의 통관 검사는 국경을 넘기 직전 실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단둥에선 시내 야적장에서 진행한다. 검사원들이 서류만 형식적으로 확인하거나 검사를 마친 뒤 화물차 밀봉(실링)을 하지 않는다. 야적장을 드나드는 차량이나 인원에 대한 검색도 허술하다. 그렇다 보니 ‘업자’들은 이를 악용한다. 욕실 수리용 타일 등 제재에 걸리지 않는 품목으로 탑형 화물차의 절반만 채운 뒤 검사를 마치면 밀수용 물품을 실은 다른 트럭이 다가와 나머지 빈칸을 채우는 식이다. 밀수 금지 품목인 승용차를 컨테이너 앞쪽에 싣고 그 뒤에 밀가루 포대 등을 쌓아 감추는 경우도 있다. 작은 물품은 빈 협약에 따라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한 외교행낭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 고가(高價)의 사치품 등 사람이 직접 운반해야 하는 경우는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항공기나 기차의 승무원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베이징의 공항과 국제열차역에 근무하는 북한 관계자들이 검색대를 피해 몰래 물건을 들고 들어가 항공기 기장이나 차장에게 전달하고, 이들이 북한 내부로 옮기는 식이다. 이런 물품들은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반입에 나서는 만큼 중국의 ‘저지선’만 뚫는다면 북한 내부에선 누구도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산소호흡기 러시아 중국이 단속과 묵인을 반복하며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는 것과 달리 러시아의 구멍은 훨씬 과감하고 노골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따른 거래는 품목이나 규모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비웃는 모습이다.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차와 같은 종류의 고급 승용차(아우르스)를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게 대표적이다. 승용차는 대북거래 금지품목이다. 그럼에도 북한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승용차 선물 소식을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이 차량을 이용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내보냈고,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서방에서 잘못된 만남으로 규정했던 지난해 9월 북중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점부터 북한산 미사일과 포탄이 러시아로 향했고, 여기엔 대형 화물선도 동원됐다. 북한산 미사일과 포탄은 우크라이나 공격에 활용 중이고, 양측의 밀착은 교육·문화·산림 등까지 전방위적이다.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에 반대표를 던져 지난달 말로 대북 감시의 눈도 없애 버렸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찬성한 대북제재를 대놓고 허물려는 의도인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러시아는 원유를 북한으로 운반할 유조선을 공개 모집하는 과감함도 보인다. 북한은 최근 대외 활동 거점을 중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기고, 북러 국경 압록강역에 대형 야적장을 건설하는 공사를 마쳤다. 조만간 열차를 이용한 무기 거래나 러시아의 대북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2018년 이후 약 2년 동안 중국에 치중했던 정책이 러시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대기근을 겪은 고난의 행군 이후 한국에 손을 뻗었다. 당시 남북 회담에 나온 북한 당국자들의 소임은 쌀과 비료 지원 약속이었다. 한국을 산소호흡기로 삼았던 셈이다. 남북관계가 냉각되면 중국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중국→러시아로 그때그때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북러 양측은 새로운 협력 관계라고 의미 부여한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은 국제사회에서 든든한 뒷배와 경제 정상화를 위한 호흡기가 필요했던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무기가 필요했던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1960년대 중소 분쟁 당시 때론 중국 편에, 때론 소련 편에 섰던 북한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잘못된 거래가 산소호흡기는 될지언정,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근본적 타개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정용수(nkys@joongang.co.kr)

2024-05-08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사이비 공동체의 사이비 영성

사이비 공동체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칙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허락을 받아야 해서, 암으로 죽은 자매의 경우 병원 치료를 허락받기 위해 3381통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매사에 순종을 요구하며,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늘 자신을 통제할 것을 강조하면서, 겸손하게 감사하며 살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기도, 노동, 공부 세 가지 외에는 허락된 것이 없었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았으며 심지어 옷도 똑같이 입혔다고 한다. 얼핏 봉쇄수도원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는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폴포트가 이끄는 공산 치하의 삶과 같다. 종교적 공동체가 아니라 감옥형 공동체였던 것이다. 지도자 언행이 모든 것을 결정 신도들은 문제 자각 능력 잃어 교주의 학대를 사랑으로 착각 이런 암덩어리 자꾸 커져 걱정 신도 스스로 ‘개념 장벽’에 사로잡혀 그렇다면 이런 삶의 부작용은 무엇인가. 이런 사이비 공동체에서는 지도자의 언행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개념적 장벽(conceptual block)이다. 이것은 신도들이 문제를 지각하지 못하게 하고 해결 방법을 정확히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 장벽을 말한다. 개념적 장벽은 교주들이 신도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제약을 가할 때 생기는 것인데, 개념적 장벽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삶의 원칙으로 삼는 좌우명이 삶을 옭아매고 행동을 제약하는 도그마가 된다. 이로 인해 권위적인 말이나 생각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겨서 교주의 언행에 자신의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 한다. 감옥보다 더 심한 정신적 감옥 안에서 노예적인 삶을 살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가스라이팅이 쉽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교주로부터 학대를 당해도 교주가 자신을 사랑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더더욱 의존적으로 되며 심지어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지성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반문할지 모르겠다. 집단은 개인에 비해 오히려 독단적이기 쉽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집단화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행동을 도덕적인 것으로 여기며, 외부인에 대해서는 틀에 박힌 견해를 쉽게 형성한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집단을 이끌면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자기 검열을 조장하며 만장일치의 환상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개인이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폐쇄적 환경 속 잔인해지는 심성 독일의 히틀러가 그 단적인 예다. 히틀러를 비롯한 정치 종교 독재자들은 대부분 사이비 조직의 형태를 모방하였다. 이렇게 차단된 조직 안에서는 충성 경쟁이 가속화된다. 교주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바치려고 하고, 자기를 학대하면서 교주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조현병적인 상태에 빠져들어 간다. 또한 폐쇄적이고 규율이 엄한 환경일수록 사람들은 잔인해진다. 인간 사냥꾼들과 학살자들이 누가 사람을 더 많이 죽였는지 내기하는가 하면 시신을 갖고 노는 등 비인간적인 짓을 하는 것은 그들이 닫힌 조직 안에서 훈련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이비공동체 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서로 간에 사랑은 없고 상대방의 잘못만을 비판하는 냉혹한 조직이 되어가는 것이다. 사이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면서 살아간다. 자신을 매일 성찰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종교적 규율은 사람들을 높은 경지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강박증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마치 검찰이 피의자를 먼지떨이 하듯이 자기가 자기를 먼지떨이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면의 잔소리가 심하다. 스스로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반복되는 의심, 무자비하고 끔찍한 생각 등이 끊임없이 지속되어 사람을 노예처럼 만든다. 강박신경증은 사람의 행복을 말살하는 최악의 상태이다. 인간의 감성, 신체,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쳐서 외부 활동을 감소시키고 고립시켜 은둔 생활을 하게 한다. 사이비 공동체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일상으로 쉽게 복귀하지 못 하는 이유이다. 중독성 강한 ‘도덕적 자학’ 사이비 공동체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은 도덕적 자학자(moral masochist)이다. 이들은 자학을 하나의 방어기제로 사용하며, 공격자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즉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을 흉내 내 스스로 피해를 주고 학대하면서 살아남는 방식을 선택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벌을 받음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들을 처벌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자학은 중독성이 강하다. 사람이 어떤 것에 중독되는 것은 그것이 재미와 쾌감을 주기 때문인데, 자학 역시 쾌감을 주기에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런 사이비 조직들은 우리 몸의 암 덩어리와 같다. 품어주고 이해할 대상이 아니라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나날이 이런 사이비 종교가 커지고 있다. 누가 키우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2024-05-08

"아이시떼루!"..안재홍, 본인이 봐도 자랑스러운 주오남 [Oh!쎈 이슈]

[OSEN=박소영 기자] 배우 안재홍이 ‘마스크걸’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마저 접수했다.  안재홍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광입니다. #Maskgirl #주오남 @netflixkr”이라는 해시태그 메시지와 함께 트로피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함께 올린 사진은 전날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찍은 것. 이날 그는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TV 부문 남자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소감은 압권이었다. 시상자 조우진의 호명에 담담하게 자리에서 일어선 안재홍은 위풍당당하게 무대 위로 향했다. 트로피를 든 그는 진솔한 수상소감을 말했고 마지막에는 명대사인 “아이시떼루”를 외쳐 객석의 환호를 자아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던 듯 안재홍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영상을 올리며 자축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안재홍은 직장 동료 김모미(이한별 분)를 짝사랑하는 주오남 역을 맡아 파격 변신에 나섰다.  집착과 광기로 물든 주오남을 완벽히 소화한 그다. 안재홍은 원작 웹툰을 찢고 나온 비호감 비주얼과 실감 나는 연기력으로 몰입감을 높이며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인생작을 추가했다. ‘마스크걸’이 은퇴작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안재홍의 캐릭터 소화력은 놀라웠다.  덕분에 백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안재홍은 “’마스크걸’과 주오남에게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제가 가는 길에 있어 용감함과 편안함을 얻었다. 앞으로도 저만의 길을 잘 걸어나가겠다”며 “’마스크걸’을 시청해 주신 분들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시떼루”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안재홍은 올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등 여러 작품에서 장르 불문 활약을 펼치며 대세 행보를 이어갔다.  /comet568@osen.co.kr [사진] SNS, 넷플릭스 제공 박소영(comet568@osen.co.kr)

2024-05-08

[문정훈의 푸드로드] K치킨의 특별한 바삭함

한국 치킨은 두 번 튀겨서 더 바삭하고 맛있다는 해외 요리 관련 전문 채널과 매체의 기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비법 레시피를 따라 하면, 소위 ‘K치킨’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소문이 전 세계로 퍼지며 닭을 두 번 튀기는 해외 식당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BBQ치킨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유명 프라이드치킨 체인 중에서 정작 두 번 튀기는 레시피를 매뉴얼화한 곳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한 번 튀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K치킨의 바삭함의 비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오해를 낳으며 확산되고 있다. 한국 치킨 세계적 인기 끌면서 두번 튀겨 맛있다는 오해 확산 경쟁 산물 튀김옷 레시피가 비결 우리 신선육 수출 등 고민 필요 ‘튀김’이라는 조리법이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콩에서 기름을 높은 수율로 뽑아내는 기술 확보로 식용유의 가격이 내리고 나서부터다. 그 이전에는 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솥에 얇게 두르고 그 위에서 음식을 지지는 것이 기름을 활용한 주된 요리법이었다. K치킨의 출발도 이때 즈음이다. 1960년대 후반 평택 미군 기지 앞 시장에서 주한 미군의 입맛에 맞는 닭요리를 하기 위해 미국 남부의 레시피를 채용한 것이 K치킨 레시피의 기원이다. 국내 첫 치킨 프랜차이즈 체인은 1977년 명동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서 시작한 ‘림스치킨’이다.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던 유학생 부부가 KFC(Kentucky Fried Chicken)에서 영감을 받아 배워온 레시피로 시작한 사업으로 당시 국내에서 크게 성공하며 확산되었다. 이때 림스치킨은 국내 서양식 닭고기 요리 시장에서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만들었다. 하나는 미국 남부식 딥 프라잉(deep-frying) 닭 조리법을 대중화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닭을 조각내어 요리하는 형태를 구현했다는 점, 세 번째는 당시 흔히 쓰던 신문지나 봉투가 아닌 사각 종이박스에 포장해서 판매했다는 점이다. 프라이드치킨은 이런 특징들을 내세우며 당시 국내에서 유행 중이던 로티세리 방식의 전기구이 통닭을 밀어내고 K치킨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 세 가지는 지금까지도 K치킨의 공통된 특징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어 1980년대에는 양념치킨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한국화가 일어났다. 미국 남부의 오리지널 레시피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사각 종이박스가 아니었다면 양념치킨은 한참 후에나 개발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튀김 옷이 개발되며 K치킨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치킨 프렌차이즈 체인의 원조인 림스치킨의 레시피가 바로 두 번 튀기는 것이다. 그러나 K치킨 성장의 역사에서 ‘두 번 튀긴다’라는 것이 공통적인 원칙이 된 적은 없다. 림스치킨과 교촌, 보드람 등은 두 번 튀기지만 BBQ치킨, BHC, 육십계, 노랑통닭 등 국내 다수의 체인은 한 번 튀긴다. 두 번 튀기는 방식, 즉 더블 프라잉(double-frying) 방식은 새로운 조리 기법이 아니다. 서양 요리나 중국 요리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요리법이다. 한번 튀겨 튀김 옷 속의 고기를 먼저 익힌 후, 3~4분 정도 바깥에 꺼내 두었다가, 다시 튀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속은 골고루 잘 익고, 겉은 더 바삭하게 만들 수 있지만 K치킨의 바삭함의 비법이 여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두 번 튀기는 또 다른 이유는 업무 효율성 때문인데, 손님들이 집중적으로 몰리기 전에 미리 초벌로 익혀 놓은 다음 손님이 몰릴 때 한 번 더 튀겨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바삭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빠르기 내기 위함이다. 오히려 잘못하면 과조리가 될 위험이 커진다. 국내 요리 전문가들은 K치킨의 바삭함은 몇 번 튀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50여년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킨 체인들이 각자 만들어 낸 배터 믹스(batter mix), 즉, 튀김옷 반죽 레시피의 노하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해외의 매체와 셰프들은 K치킨의 맛의 비결이 튀기는 방식에 의한 것으로 보고, 전 세계적으로 ‘치킨 두 번 튀기기’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으니,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K치킨은 이제 현지에서 몇 번을 튀기든, 또 마요네즈에 비벼지거나 ‘찍먹’으로 먹게 되든, 다양한 변형을 통해 발전해 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삼겹살, 갈비, 수육, 탕 등 한국의 멋들어진 식육(食肉) 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 분명한데, 우리는 레시피만 전수하거나 팔 수 있을 뿐, 원재료가 되는 국내산 닭, 돼지고기, 한우 등의 신선육은 미국과 EU 쪽 다수의 국가에 수출할 수 없다. 축산물 방역 문제로 인한 무역 장벽을 뛰어넘지 못해서다. 그들은 우리의 레시피로 그들의 고기를 요리해서 한국의 식문화를 즐기게 될 것이다. 한국 식문화의 확산으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다시 한번 큰일을 해내야 할 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2024-05-08

바이든이 유독 수요일에 행사하는 이유?…트럼프 재판 없는 날

바이든이 유독 수요일에 행사하는 이유?…트럼프 재판 없는 날 재판 소식 외의 트럼프 언론 노출 줄이려고 수요일에 주요 일정 잡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고 일부러 수요일에 주요 행사를 잡거나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요일은 뉴욕에서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재판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일 중 유일하게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언론이 연일 재판 소식을 보도하는 가운데 수요일만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하며 원하는 메시지를 언론에 노출할 기회인 셈이다. 백악관과 바이든 선거캠프는 이런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 수요일에 행사를 잡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게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려 한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렇게 하면 법정 모습이 주로 보도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무를 수행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극명히 대조되는 효과도 있다는 게 바이든 참모들의 판단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몇 주 일정을 보면 주요 행사가 수요일에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요일인 이날 위스콘신주를 방문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33억달러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대선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필라델피아를 찾아 낙태권에 대해 연설할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에도 수요일인 1일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이 주의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정책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130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 법안 서명과 건설노조의 지지 확보(4월 24일),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 검토 지시(4월 17일)도 모두 수요일이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이날부터 경합주에서 1천400만달러 규모의 광고도 시작한다. 또 CNN과 인터뷰를 하는데 인터뷰는 수요일 저녁에 방영될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 선거캠프는 공화당 후보직을 확정한 뒤로 이렇다 할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이 본격 시작된 뒤로 토요일인 지난달 20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유세를 계획했으나 기상 악화로 취소했고, 이날에는 선거운동 일정 없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 있을 계획이다. 수요일인 지난 1일에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 유세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현

2024-05-08

DNA·RNA 구조·상호작용 그린다…구글 AI '알파폴드3' 공개

DNA·RNA 구조·상호작용 그린다…구글 AI '알파폴드3' 공개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넘어…"신약개발·질병치료 연구 기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업인 딥마인드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인 '알파폴드'(AlphaFold) 최신 버전을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알파폴드3'는 기존 모델이 제공하던 인체 내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모든 생물학적 분자 형태와 상호작용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세포는 단백질, 유전자(DNA) 등 수십억 개의 분자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데, 알파폴드3는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거의 모든 생체 분자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단백질과 다른 분자 간 상호작용에 관한 예측은 기존보다 50% 이상, 특정 상호작용에서는 정확도가 두 배까지 높아졌다고 구글 딥마인드는 밝혔다. 알파폴드3는 입력된 분자 리스트를 통해 3차원(3D) 구조를 생성한 뒤 모든 분자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보여준다. 단백질, DNA, 리보핵산(RNA)과 같은 큰 생체 분자뿐만 아니라 리간드(ligand)라고 하는 작은 분자도 모델링하고, 세포의 건강한 기능을 파괴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자의 화학적 변형도 모델링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의 논문은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논문은 알파폴드3가 거의 모든 생체분자 유형의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고, 생명체 구성 분자들의 광범위하고 정확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생물학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조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폴드3가 앞으로 신약 개발과 질병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신약 개발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는 알파폴드3를 이용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날 이와 함께 비영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무료 플랫폼인 '알파폴드 서버(AlphaFold Server)'도 함께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단백질이 세포 전체에서 다른 분자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예측하는 도구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비상업적 연구를 위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알파폴드3의 기능을 활용해 클릭 몇 번만으로 단백질, DNA, RNA 및 리간드, 이온 및 화학적 변형을 구성하는 구조를 모델링할 수 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태종

2024-05-08

유럽도 백일해 환자 급증 '비상'…백신접종 촉구

유럽도 백일해 환자 급증 '비상'…백신접종 촉구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 전역에서 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백일해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는 8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 유럽경제지역(EEA) 전역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백일해 발병이 6만건 가까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1, 2022년 전체보다 10배 많은 수치라고 ECDC는 집계했다. 특히 올해 1∼3월에는 백일해 환자 수가 2012∼2019년 연평균 집계 건수만큼 많았다고 지적했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발작적으로 심한 기침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백일해라는 명칭은 100일 동안 기침(해·咳)을 할 정도로 증상이 오래 간다는 데서 왔다. 기침 끝에 구토나 무호흡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할 때 튀어나온 비말(침방울)로 타인에 전파된다. ECDC는 6개월 미만 신생아의 경우 백일해 발병 시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노인과 지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백일해 급증은 저조한 예방 접종률과 추가 접종 누락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ECDC는 분석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백신 접종은 생명을 구하고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각국 보건당국이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 질병관리청도 최근 국내 백일해 환자가 지난달 24일 기준 3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명 대비 33.2배 급증했다며 백신 접종을 서둘러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빛나

2024-05-08

케냐 전국 공공 의료진 파업 56일 만에 종료

케냐 전국 공공 의료진 파업 56일 만에 종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케냐 전국 공공 의료진의 파업이 56일 만에 끝났다. 케냐 의사·약사·치과의사 연합(KMPDU)은 8일(현지시간) 정부와 업무 복귀 합의서에 공식 서명했다고 현지 일간 더스타가 보도했다. 7천여명의 의료진을 회원으로 둔 KMPDU는 체불 급여 지급과 수련의(인턴)의 즉각 고용 등을 요구하며 3월 13일 파업에 돌입했다. 다브지 아텔라 KMPDU 사무총장은 "오늘 정부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국가자문위원회와 긴 회의 끝에 의사들이 24시간 이내에 일터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케냐 정부와 KMPDU 간의 합의 내용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다. 케냐의 의료 단체가 열악한 급여와 근무 조건 등을 이유로 파업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는 5천여명의 국공립병원 의사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전국적인 의료 대란 끝에 정부와 임금 인상에 합의하며 100일 만에 끝냈다. 2020년에도 케냐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인 케냐타국립병원(KNH) 의료진 5천여명이 임금 인상분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하기도 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현민

2024-05-08

美국방장관 "이스라엘에 고폭발성 탄약 1회분 배송 보류"

美국방장관 "이스라엘에 고폭발성 탄약 1회분 배송 보류" 오스틴 "민간인 보호 대책없이 라파에 중대한 공격 안돼"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일부 무기 수송 보류를 사실로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8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에 있는 민간인들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라파에서의 중대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우리는 상황을 평가했고, 고폭발성 탄약(high payload munitions) 1회분 배송을 일시 중단(pause)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그 배송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앞서 AP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로 가는 폭탄 선적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선적이 일시 중단된 폭탄의 규모는 2천파운드(약 900㎏) 폭탄 1천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천700여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라파 지상전에 대한 이견 속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지만 책임있는 미국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조준형

2024-05-08

EU, 러 동결자산서 나온 4조 수익으로 우크라 무기 지원

EU, 러 동결자산서 나온 4조 수익으로 우크라 무기 지원 27개국 대사급 회의서 잠정 합의…7월부터 전달 예상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8일(현지시간)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창출된 4조원대의 '횡재 수익'으로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로 했다. EU 상반기 순환의장국인 벨기에는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 (27개국) 대사들이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특별 수입(extraordinary revenues)과 관련한 조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돈은 러시아의 침공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군사적 방어를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사급 회의에서 타결된 잠정 합의안은 세부 검토를 거쳐 이르면 오는 15일 공식 확정될 전망이다. EU는 7월부터 집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EU가 역내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2천100억 유로(약 305조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이날 합의가 실행되면 유로클리어가 동결자산을 추가 운용해 얻은 연 25억∼30억 유로(약 3조 6천억∼4조 4천억원)에 달하는 수익금 가운데 90%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용 EU 특별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에 이전된다. 회원국들은 무기를 사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뒤 그 대금의 일부를 EPF를 통해 보전받게 된다. 수익금의 나머지 10%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투입된다. 이날 잠정 합의는 지난 3월 20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동결자산 운용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지 한 달 반 만에 이뤄졌다. 비교적 빠르게 타결된 편이지만 협의 과정이 수월했던 건 아니다. 일부 회원국은 유로클리어 소재지인 벨기에 조세 당국이 유로클리어에서 과도한 세수를 거둬들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벨기에 당국의 과도한 법인세 부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될 수익금 규모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벨기에는 세수 대부분이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수를 포기하라는 다른 회원국들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벨기에는 그러나 막판 협의 과정에서 내년도 세수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EU 또는 주요 7개국(G7) 공동 기금에 투입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아울러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몰타, 키프로스 등 군사지원을 하지 않는 중립 회원국에 대해서는 무기 대금 보전이 아닌 인도적 지원 대금 보전이 가능하도록 절충안도 잠정 합의안에 포함됐다. 이번 합의는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러시아 동결자산의 원금 전체를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물색 중인 미국의 구상과는 별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과 관련, "이상적으로는 미국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G7 전체가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EU는 법적 근거 미비 등을 이유로 동결자산 원금 자체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이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빛나

2024-05-08

[황원묵의 과학 산책] 고난-성취의 정리

역경 극복의 이야기들은 영감을 준다. 거장 베토벤은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청각을 잃고도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2018년에 작고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은 전신 마비의 희귀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 그리고 대중 과학교육에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이론 물리는 머리 쓰는 학문이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지극히 어려운 수식 계산을 종이에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가히 초능력이라 할만하다. 건강 문제 외에 가난, 사회적 수난 등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경지에 달한 위인들은 여러 분야에 있다. 많은 경우 이들에게 고난은 극복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성취의 원동력이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은 스며있는 고뇌가 환희로 승화된다. 호킹도 신체적 제약이 마음을 해방시켜 획기적인 이론들을 개척할 수 있었다 했다. 역경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것은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에만 한정되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일들에 적용할 수 있다. 자연에도 비슷한 섭리가 있다. 고요한 물에 떨어진 잉크 방울은 브라운 운동을 통해 확산하며 퍼진다. 잉크 분자가 움직이는 힘은 주변 물 분자들의 열운동에서 얻고, 나아가는 잉크를 막는 것도 물 분자들이다. 각각 다른 인생처럼 잉크 분자들이 여러 방향으로 확산하는 것은 물이 그 운동을 저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관계를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고 변동-소멸의 정리라 부른다. 브라운 운동 없이는 생명현상도 없으니 우리의 삶은 분자 단위의 저항이 있어서 가능하다. 우연과 필연이 섞여 있는 인생의 브라운 운동에서 어느 쪽으로 얼마나 가는가에 영향을 준다. 거시적으로는 앞을 가로막는 일들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힘을 얻을 수 있나 생각해볼 수 있다. 극적인 영화가 인생의 일면을 반영하듯 위인들 이야기는 평범한 삶의 거울이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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