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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멕시코 정상, 전화 통화…"불법이민자 막기 위한 대책 협의"

美-멕시코 정상, 전화 통화…"불법이민자 막기 위한 대책 협의" 멕시코 "美, 유연한 이민대책 필요"…美 "변칙 월경 감축 위한 협력 주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가졌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요일인 어제(2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주로 이주민 문제를 주제로 통화했다"며 "합법적 서류 절차를 밟는 사람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고 불법 이민을 줄이는 데 계속 협력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불법이민자 대책으로 빈곤으로 허덕이는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복지 향상 증대 필요성을 지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원인이 해결되면 중남미 이주 흐름이 완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바이든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면서 "저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은 단기적으로 인권을 보호하면서 변칙적인 국경 통과를 대폭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즉시 시행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두 정상은) 공동 번영과 안보 증진이 장기적으로 이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주의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진전시키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정부는 양국 정상 간 이번 통화가 갑작스러운 건 아니며, 비교적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불법 이민 문제는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로 펼쳐지게 될 11월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민주당의 유연한 불법이민자 대책과 대비되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 불법이주민을 막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역시 6월에 대선을 앞둔 멕시코에서는 이민자 문제를 비롯해 현 대통령 정책 철학을 대부분 계승하겠다고 천명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들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2024-04-29

'한국 잡았던' 신태용호 인니, 우즈벡에 0-2 패→결승행 무산...68년 만의 올림픽 진출도 안갯속

[OSEN=고성환 기자] '신태용 매직' 인도네시아 돌풍이 우즈베키스탄 앞에서 막을 내렸다. 파리행도 쉽지 않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2로 패했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이기도 하다.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 3.5장이 걸려 있는 대회다. 3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에서 호주, 요르단을 제압한 데 이어 8강에서 한국까지 떨어트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에 막혀 결승 진출엔 실패하면서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짓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최소 2위를 확보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아쉽게 패했지만, 인도네시아에게도 아직 가능성은 있다. 내달 3일 열리는 3·4위전에서 승리하면 파리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만약 여기서 패하더라도 기니와 플레이오프라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 인도네시아는 '우승 후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공세를 버텨내면서 날카로운 역습을 펼치는 데 집중했다.  초반부터 우즈베키스탄이 몰아붙였다. 전반 13분 울루그벡 코시모프가 수비 뒷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넣었고, 알리셰프 오딜로프가 박스 우측에서 강한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8분 코시모프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은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갔다. 인도네시아가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26분 위탄 술라에만이 박스 왼쪽 근처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주심은 일단 반칙을 선언한 뒤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페널티킥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최종 판결은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프리킥도 취소됐다. 골대가 우즈베키스탄의 선제골을 가로막았다. 전반 30분 압둘 보리예프가 대포알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프라타마 아르한의 롱스로인을 활용해 득점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후반에도 우즈베키스탄이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보다도 거센 공세를 펼치며 득점을 노렸다. 후반 5분 자파르무로드 압두라흐마토프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후반 11분 오딜로프의 터닝 슈팅은 골대 왼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웅크리고 있던 인도네시아가 선제골을 뽑아낼 뻔했다. 후반 16분 아르한이 길게 스로인을 던졌고, 우즈베키스탄 수비가 걷어낸 공을 공을 높게 크로스했다. 이를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하면서 공이 골문 앞에 떨어졌고, 페라리가 빈 골문에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드디어 신태용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가 싶었으나 온필드 리뷰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위기를 넘긴 우즈베키스탄이 인도네시아 골문을 열었다. 후반 23분 쿠사인 노르차예프가 몸을 날리며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발을 갖다 댔다. 노르차예프의 왼발에 맞은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이 또 골대 불운에 시달렸다. 후반 27분 아보스페크 파이줄라예프의 중거리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때렸다. 후반 32분 노르차예프의 골문 앞 헤더도 골대에 맞았다. 인도네시아가 수적 열세에 처했다. 후반 36분 리즈키 리도가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상대 급소를 가격했다. 주심은 온필드 리뷰를 거친 뒤에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내내 판정에 항의하던 신태용 감독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인도네시아로서는 리도가 3·4위전에서도 뛸 수 없기에 큰 악재다. 우즈베키스탄이 2-0으로 달아났다. 후반 41분 리도의 퇴장 직후 자수르베크 잘롤리디노프가 강력한 프리킥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가 쳐냈다. 이를 압두코디르 쿠사노프가 헤더로 연결했으나 왼쪽 골포스트를 때렸다. 튀어나온 공을 아르한이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무려 16분이 주어졌다. 그러나 10명으로 싸우는 인도네시아가 반전을 쓰기는 어려웠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우즈베키스탄의 2-0 승리로 마무리됐다.  /finekosh@osen.co.kr [사진] AFC 아시안컵,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소셜 미디어. 고성환(finekosh@osen.co.kr)

2024-04-29

'결혼지옥' 만송이, "남편 이영재, 의부증 취급해"…이영재, "숨 쉴 곳 없다" 갈등 최고조 [종합]

[OSEN=김예솔 기자] 이영재, 만송이 부부가 고민을 털어놨다.  29일에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트로트 가수 부부 이영재, 만송이가 등장해 불협화음 부부의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이영재, 만송이 부부가 함께 나섰다. 이영재는 주말 아침 조기축구회를 나갔고 만송이는 "오늘 같이 좋은 곳에 가서 밥을 먹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나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송이는 아침부터 구토를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만송이는 몸이 좋지 않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남편은 운전에만 집중할 뿐 "체력 관리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만송이는 "많이 아팠냐 이 한 마디면 되는데 남편이 나한테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 나이 들면 더 외로울 것 같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영재가 축구를 하는 동안 아내 만송이는 축구장 옆에 서서 기다렸다. 하지만 이영재는 "내 공간도 자기거 아내 공간도 자기 거다. 그러니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라며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 같다고 말했다.  만송이는 "우리집 아래 주차장에 창고가 있다. 저녁에 미리 물품을 갖다 놓는다. 아침에 내가 깰 까봐 그거 들고 가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를 안 받는다. 그러다가 문자하나만 남겨놓는다. 어떤 날은 샤워까지 하고 들어온다. 의심하면 왜 나를 의심하냐고 그런다"라고 말했다.  이영재, 만송이 부부는 식사를 하러 갔지만 이영재는 끝까지 잔소리를 하면서 핀잔을 늘어놨고 만송이는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만송이는 "이 추운데 밥을 먹으러 온 거는 마음이라도 따뜻해야 먹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영재는 "왔으니까 먹고나 가자"라고 말했다. 이어 이영재는 "질질 끌려다니는 거지 좋은 곳에 왔다고 사람이 마음이 있어야지. 이게 데이트냐"라며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아내의 평범한 전화에도 부탁과 요구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만송이는 남편이 자신이 원하는 걸 다 해준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책임감이 있으시니까 해주시는 거다"라며 아내의 계속되는 요구에 남편의 마음이 지쳐 있다고 조언했다.  /hoisoly@osen.co.kr [사진 :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방송캡쳐]  김예솔(hoisoly@osen.co.kr)

2024-04-29

[문주한 세금/회계] 질문의 기술

내 자식이 배고프면 바로 밥을 차려준다. 망설임이 없다. 그러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 불쑥 찾아와서 밥 달라고 하면, 잠시 망설여진다. 그렇다면, 그 낯선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접근은 ‘품격 있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세금신고 시즌에도 모르는 분들로부터의 상담 전화를 많이 받았다. 가장 많이 해오는 질문은 ‘내 회계사가 연락이 안 되는데…’로 시작한다. 오죽하면 얼굴도 모르는 내게까지 전화했을까 싶어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것은 친절한 질문에 한해서다.    못 믿겠지만, 참 다양하게 무례하고 참 다양하게 억지스럽다. 더욱이 상담 내용을 녹음하는 분들이 늘었다. 그러니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다. 침착하게 달래서 끊으려고 하면, ‘되게 비싸게 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오죽했으면, 내가 한동안 신문사 업소록에서 내 전화번호를 뺐을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같은 전화 질문인데도, 일부러 찾아서 도와주고 싶은 목소리들도 있다. 전화 끊고 나서 며칠 뒤에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확인까지 해보고 싶은 전화들이 있다. 왜 그런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결국 질문의 기술과 태도의 문제다.   내가 단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질문하는 분의 ‘말의 품격’에 따라 내 답변 태도가 달라진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말은 상대방을 죽이기도 하고, 상대방을 살리기도 한다. 성경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부처님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입안에 도끼가 함께 생긴다.’라고 가르쳤다. 말은 그렇게 중요하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말에 그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그 사람의 말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 지금은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날카로운 혀를 빼,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은 넘쳐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능변가는 홍수처럼 범람한다.    다시 돌아가서, 모르는 회계사에게 전화해서 얻어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우선 말의 품격을 지켜보자. 미리 질문 연습을 해보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까? 바쁠 때 전화를 받았는데 상관없는 내용으로 처음 5분을 쓰는 분들이 있다.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지,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는지 분간이 안 되는 분들이다. 상담받고싶어서 전화했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런 질문 전화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드리는 제안인데, 전략적으로라도 질문 연습을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화를 건 목적이 있으면 우선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 않는가.    상담을 해주는 나도 내가 하는 말의 무게와 말의 품격을 높이려고 매일 연습한다. 삶의 무게, 죽음의 무게. 그 중간 어디쯤, ‘말의 무게’가 있다. 그 말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의 말은 머리카락 한 가닥보다 더 가볍다. 그러나 누구의 말은 지구보다 더 육중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나도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급하게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만 앞서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한다. 고객의 마음과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 더 많이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내 입에서 나갔다고 다 말이 아니다. 상대방 귀에 들린 것이 진짜 말이다. 돌이켜보면, 결국 모든 상담은 인간적인 소통이 우선이다.      문주한 한국공인회계사 / 미국공인회계사, 세무사  www.cpamoon.com상담 전화 질문 전화 공인회계사 세무사 문주한 회계사

2024-04-29

"中 전기차, 사고 후 문 안 열렸다"…탑승자 3명 전원 사망

중국에서 전기차 추돌 사고 이후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 3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산시성윈청시 인근의 고속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토(AITO) M7' 차량이 시속 115㎞로 주행 중 앞서 달리던 트럭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사고 직후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주변에 있던 차량 운전자들이 사고 차량의 유리창을 부수고 구출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차 안에 있던 남성 2명과 2살 된 아기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사고 차주의 누나라고 밝힌 여성이 차량 결함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여성은 사고 차량이 남동생이 3개월 전에 구매한 최신형 모델이었다며 사고 당시 차량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았고 에어백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지 경찰은 차량 결함 등을 포함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논란이 되자 아이토 제조사 측은 웨이보 계정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면서도 "에어백과 동력 배터리는 정상적으로 작동됐다"고 결함 의혹을 부인했다. 아이토 M7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중국 전기차 업체 '싸이리스'와 손잡고 생산에 나선 고급 SUV 중 하나다. 화웨이의 독자적인 운영체계(OS) '홍멍'(鴻蒙)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다만 화웨이는 이번 사고 차량에 대해 '합작이 아닌 자사의 부품 제공 등 기술 지원으로 제조된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빈(kim.eunbin@joongang.co.kr)

2024-04-29

[사설] “종종 만나자” 첫발 뗀 영수회담,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 생계지원비 등 이견 있었지만, 의료개혁 등 협력 약속 ━ 소통 필요 인정만으로도 성과…상대 비방부터 자제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처음으로 양자회담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까지는 1년11개월, 720일이 걸렸다. 4·10 총선은 정부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지만,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강 대 강 대결로 질주한 데 대한 따끔한 경고이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영수회담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총선 민의에 다가가는 모습이자 정치 복원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당초 예고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15분가량 차담 형식으로 진행된 회담에서 별도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양자회담이든, 여·야·정 3자 회동이든 형식에 구애 없이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특히 “이번 회동으로 야당과의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생계지원비 문제 등에 대해선 정책적 차이와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자신도 협력하겠다는 뜻을 표하는 등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총평에 나선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의 필요성은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답답하고 아쉬웠다”면서도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쟁점마다 대립각을 세워 온 양측이 그동안 쌓인 앙금을 회담 한 번으로 일소하려 했다면 과욕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번 회담 역시 실무협상은 진통을 겪었지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결단으로 성사됐다. 서로 상대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회담 정례화나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 구체적 합의가 도출됐으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나, 협치와 타협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만으로도 작지 않은 성과다. 이제부턴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신뢰구축조치(CBM·Confidence Building Measures)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조를 바꿔 오만과 독선·불통 이미지를 털어내야 하고, 이 대표도 입법 폭주와 방탄국회 유혹에 휘둘려선 안 된다. 양측 인사들도 함께 변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에 영합해 상대를 비방하는 언사부터 자제하기 바란다. 습관적 비난에 매몰되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쌓여야 소통이 지속될 수 있고, 두 지도자의 운신 폭도 넓어진다는 점을 여야 모두 명심하기 바란다.

2024-04-29

[사설] 21대 국회, 민생 입법 마무리가 국민에 대한 예의다

━ 고준위법·모성보호 3법 등 1만6300개 법안 계류 중 ━ 임기 끝나면 자동 폐기…정쟁 접고 유종의 미 거둬야 21대 국회 임기가 다음 달 29일 끝난다. 여야가 정쟁에 몰두한 탓에 입법 기관으로서 이번 국회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입법안은 2만5800여 건으로, 9500여 건이 처리됐다. 전체의 36%에 불과하다. 계류 중인 1만6300여 건의 법안은 21대 국회 만료일인 5월 29일 자동 폐기된다. 5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지만,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샅바싸움에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졸속 입법된 법안도 있지만, 운명의 기로에 선 법안 중 민생 및 경제와 직결된 법안도 상당수다. 가장 시급한 법안 중 하나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의 설치 근거를 담았다. 임시중간저장시설 구축에 최소 7년이 필요한데, 현재의 임시저장시설은 2030년에 포화될 전망이다. 이번에 처리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이 중단돼 전력 공급에 심각한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여야가 큰 틀에서 5월 임시국회 처리를 합의했지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육아 및 돌봄 법안도 국회에서 멈춰 있다. 부모의 육아휴직을 1년6개월씩 최대 3년까지 보장하는 남녀고용평등법 등 ‘모성보호 3법’도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중요한 입법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 계류된 경제 관련 법안은 기업의 애를 태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은 국가전략기술과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30.9%)과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유예를 담은 중대재해처벌법(28.1%) 통과를 희망했다. 차등의결권 허용을 포함한 상법(12.5%)과 대형마트 유통규제 완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9.1%)도 처리가 시급한 법안으로 꼽았다. 한경협은 “미국과 일본이 기업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기업 투자 확대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당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대표로 뽑힌 이들이 민생 현장에 가장 주요한 입법을 내팽개치는 것은 직무유기다. 야당은 정파적 이해관계가 있는 법안에만 매달려 폭주하지 말고, 여당은 불리하다고 ‘국회 보이콧’ 운운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민생을 위한다면 입법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 달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남은 한 달도 싸움박질하다 끝내면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다. 온 힘을 다해 민생경제를 챙기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2024-04-29

[중앙시평]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에 드리운 그림자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1분기 실질 GDP가 직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1.4%를 기록한 2021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1%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로 8분기 만에 3%대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서프라이즈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민간소비 부분이 그나마 기지개를 켠 정도로 볼 수 있다. 정부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0.6%로 오히려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건설투자의 반등으로,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성장률 서프라이즈를 이끈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 분기 대비 2.7% 성장이란 수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작년 4분기에는 무려 -4.5%를 기록한 만큼 이는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로, 전년 동기보다는 오히려 -0.6%로 감소했다. 따라서 이 수치를 보고 건설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오히려 최근 정부가 PF 부실사업장의 경·공매 인수 방법을 추가 허용한 데서 보듯 현재 부동산 시장은 속된 말로 ‘존버’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예상 뛰어넘는 깜짝 분기 성장률 내수는 착시, 사실상 수출이 주도 수출 주력 반도체 상황 녹록잖아 특정 품목에 과도한 의존도 문제 설비투자는 반대로 지난 분기 성장률이 높은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 분기 대비 -0.8%로 후퇴했다. 이번 성장률 서프라이즈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수출로, 전 분기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7.1% 성장해 작년 3분기 이후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다. 여기에 수입 감소까지 가세해 결국 순수출 쪽에서 성장을 견인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성장률 서프라이즈에 대해 대통령실이 내놓은 ‘수출과 내수가 균형 잡힌 회복세’라는 진단은 반 정도만 맞다. 상기했듯 실제 성장률을 견인한 부문은 수출 하나였고, 내수는 기저효과로 인한 반등에 불과했다. 성장률 반등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부동산 PF 부실이나 가계 및 기업 부채 부실화와 같은 문제가 금리인하 시점과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기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성장을 견인한 수출 회복에서 반도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출 품목 중 부동의 1위인 반도체의 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수출도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제 경기 변동은 경제 전문가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반도체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할 만큼 결국 우리 경기변동은 반도체 경기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성장률 서프라이즈는 결국 ‘반도체 서프라이즈’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또 한편으로는 탄식의 한숨을 쉬게 한다. 글로벌 반도체 최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두고 삼성전자와 인텔 외에 TSMC가 가세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만, 중국, 일본이 국가 전략사업으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지원하면서 각국 정부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경우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상정마저 무산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전무했으나, 웃프게도 2022년 미국 주도로 결정된 ‘CHIP4 협력체제’로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반도체지원법의 혜택을 받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앞으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은 국회가 저 모양이니 기대할 게 없는 만큼 기업 스스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총력을 기울인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와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고, HBM 사업에서는 기술 선점에도 불구하고 후발 주자로 뒤처지고 말았다. 그만큼 기업이 처한 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최첨단 산업일수록 기술혁신에 따른 외부효과로 시장 수요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만큼 이러한 흐름을 정확하게 진단해 얼마나 발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그야말로 한 발자욱만 잘 못 떼면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스러운 환경이란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의 규모를 볼 때 싫든 좋든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현재 수출품목 1위는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가 석유제품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섰는데 상위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7%로 특정 품목 의존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들 주력 산업 경쟁력이 하락할 경우 이를 대체할 새로운 품목이 부상해야 하는데 2차 전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경공업 중심이라 국가경제를 이끌어가기에는 힘에 붙인다. 현재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경쟁력을 잃는다면 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모두 ‘살찐 고양이’로 전락하지 않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이번 성장률 서프라이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24-04-29

[서경호의 시시각각] 포퓰리즘 시대의 기업 생존법

바야흐로 포퓰리즘의 시대다.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 주도의 22대 국회에선 그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1주일 뒤 “국민 다수에게 필요한 정책을 하는 걸 누가 포퓰리즘이라 하냐”고 일갈했다. 그는 예전부터 포퓰리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선거에서 뽑힌 사람들이 국민이 맡긴 예산과 권한을 최대한 아껴서 표 얻으려고 좋은 정책 해주는 게 나쁜가? 좋은 포퓰리즘이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선 “나는 포퓰리스트다. 국민을 대리하는 게 정치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2021년에도 친여 성향의 유튜브 방송에서 “포퓰리즘으로 비난받은 정책을 많이 성공시켜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그냥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 나 포퓰리스트 맞다, 어쩔래?” 하며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이에게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먹힐 리가 없다. 총선 후 ‘따뜻한 보수’ 목소리 커져 구체적 민생 정책 놓고 토론해야 외국 기업도 포퓰리즘 생존 투쟁 대통령과 여당은 떳떳한가. 이번 총선에서 보수가 가장 아파할 대목은 야당 못지않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부었는데도 대패했다는 점이다. 연금개혁·노동개혁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고통을 감내하자고 호소했다면, 당장은 재정 여력이 없지만 미래와 청년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엔 쓰겠다고 했다면 비록 표에는 도움이 안 됐어도 ‘의미 있는 패배’로 기억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24차례 민생토론회는 재정으로 감당하기 힘든 정책 과제를 정부에 떠넘겼다. 무상교육 확대 등을 공약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으로부터 ‘우파 이재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십보백보였을 뿐이다.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가사를 빌려 표현하면 “매일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던지는 용산·여당의 “거친 약속”을 나라 곳간지기 기획재정부는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봐야 했다. 총선 후유증은 생각보다 크다. 득의양양한 진보와 반성하는 보수는 우리 사회를 어느 정도 좌클릭시킬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신문 기고에서 “이제 ‘신자유주의 우파’에서 ‘따뜻한 우파’로 노선 전환을 할 때가 됐다”고 썼다. 문재인 정부의 현금 살포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한 윤희숙 전 의원은 총선 민심을 현장에서 겪은 뒤 ‘지혜로운 포퓰리즘’을 얘기했다. “재정건전성을 어느 정도 허물어서라도 한계에 몰린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누구나 민생 정책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치고 민생으로 포장되지 않은 게 없다. 좋은 민생 정책과 포퓰리즘 정책을 가리는 일은 ‘지혜로운 포퓰리즘’과 ‘나라 망치는 포퓰리즘’을 구분하기만큼이나 어렵다. 적어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허물거나 위협하지는 않아야 포퓰리즘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보수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나 예산안에 사회 취약층 지원이 빠진 적은 없다. 언제나 발표 자료의 굵직한 기둥의 하나로 들어 있었다. 총선에서 완패한 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따뜻한 우파’도 좋고, ‘지혜로운 포퓰리즘’도 좋지만 이왕이면 구체적인 민생 정책을 제안해 토론했으면 한다. 지금 우리에게 따뜻하고 지혜로운 민생 정책은 무엇인가. 포퓰리즘 고민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어제 온라인에 ‘포퓰리스트 대처법: CEO 생존 가이드’라는 기사를 올렸기에 제목에 혹해 읽어 봤다. 무슨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대처법은 컨설팅과 로비 정도였다. 뭘 알아야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할 수 있으니. 차기 집권이 유력한 영국 노동당 주최 ‘기업인의 날’ 티켓이 하루 만에 다 팔렸다.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당신 기업이 메뉴에 오를 수 있어서”란다. 경제가 정치와 선거에 휩쓸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의 시대, 남들도 생존투쟁을 하고 있었다. 이게 우리 기업인들에게 겨자씨만큼이라도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다. 서경호(praxis@joongang.co.kr)

2024-04-29

윤희숙 "철저히 외면당한 보수 정당, 존재해야 하는 거 맞나" [김현기의 직격인터뷰]

윤희숙 전 의원이 보는 보수의 '진실의 순간' 쓰러진 원인 밝히고 일어서야 하는데, 쓰러진 적 없다고 우겨 체질 개선 없이는 국힘 생존 어려워, 그래도 보수의 미래 믿어 이재명식 25만원은 황당, 다만 보수도 고통 위로하고 나눠야 국민의힘 총선 낙선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에서 친윤, 영남을 제외하라고 공개적으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당원 100% 투표인 현행 당 대표 선거방식도 당원 50%, 국민 50%로 바꾸라고 한다. 다음 달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단체로 광주를 방문한다. 이번 총선을 치르면서 누구보다 "이대로 가다간 보수 정당이 궤멸한다"는 바닥민심을 몸으로 체감한 이들이다. 물론 근저에는 "수도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또 영남 당선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영남 자민련'에 안주하려 한다"는 불만도 깔려있다. 이들은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경제수석이든 경제관료든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께 사과, 대파, 양팟값이 올라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김종혁 조직부총장)며 날을 세운다. 낙선자 164명의 집단 세력화는 앞으로 무시 못 할 힘이다. 같은 맥락에서 차기 당 대표를 원외 수도권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윤희숙 전 의원이다. 험지인 중·성동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윤희숙 전 의원의 쓴소리는 넓고 깊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비대위원장 어느 쪽의 책임이냐를 따질 게 아니라 "철저하게 외면당한 정치 세력이 정말 우리나라에 존재해야 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도 했다. "4년 전보다 5석 늘지 않았느냐(103석→108석)"는 반응이 당내에서 나오고, 친윤 인사들이 다시 당 지도부를 기웃거리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쓰러졌다면 왜 쓰러졌는지를 분명히 얘기하고 무릎을 딱 세우고 일어나야 하는데, '쓰러진 적 없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유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내가 이렇게 정말 독하게 인터뷰를 하는 건 당에 있는 분들께 '이대로면 다 죽습니다'란 이야기를 누군가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보수, 수도권 정당 못 되면 4년 후 또 진다 지난주 낙선·낙천·불출마한 현역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일제히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해야 했다"고 비판했는데. A : 낙선한 현역 의원들만 초대했다. 이야기만 전해 들었지만 좀 피상적이다. 난 특정 개인이 아니라 전체 덩어리가 심하게 잘못돼 있다고 본다. 둔감하다. 아직도 보수 45%는 계속 우리를 지지해줄 것이란 생각을 한다. 45%라는 것도 연고가 있는 지역(영남)에서 많이 표를 받았기 때문 아니냐. 4년 전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로는 4년 후도 똑같이 패배한다. 보수 세력은 진짜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변하겠다고 해도 국민들이 이제 믿어주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뭐가 구체적으로 문제였나. A : 결국은 연고주의·집단주의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수도권·충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야 했다. 그들의 마음을 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상식·공정에 공감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당은 지난 10여년 동안 권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최근 2년이 그랬다. 그래서 수도권 유권자의 신뢰를 잃었다. 둘째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처절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예컨대 이번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가장 적대적인 유권자들은 바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적대적이었다.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는 정치세력을 자처하면서 이들에게 신뢰를 못 받았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 아닌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시효를 다 한 지난 70년의 성장모델을 대체하는 새로운 성장모델로 우리가 대선 당시 약속했던 게 구조개혁이었다. 그런데 지난 2년 정말 전력을 다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여소야대 국면이라도 계속 제기하고, 노력하고, 또 추구했어야 했다. 그런 진정성 있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지 못했다. 왜 못했나. 입으로만 얘기한 건지, 마음으로부터 생각한 건지 돌이켜 반성해야 한다. 입으로만 얘기했던 거면 우리 보수 세력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전혀 새로운 보수가 태어나든지 해야지, 기존 보수로는 안 된다. 보수 세력은 지금 진실의 순간에 맞닥뜨려 있다.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보는 건가. A : 총선이 끝난 뒤 정말 며칠을 고민하며 '이제 한국에 보수는 없는 것인가'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 보수가 마음이 꺾이면 안 된다는 결론과 자신감을 얻었다.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국가와 국민을 보다 더 잘 살게 할 수 있는 세력이다. 민주당 정권에서의 소득주도 성장이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그들은 국민을 더 살게 할 욕망도 역량도 없다. 둘째, 국가와 개인의 자율성을 철저히 수호하는 것도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 셋째,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세력은 보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 지도부, 중진, 초선할 것 없이 총선 결과에 편안함을 느끼면 안 된다. 생각만 바꿔서 될 게 아니고 지도부 구성, 자원과 역량도 수도권에 쏟아야 한다. 낙선자들에 1년간 매달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는데 턱도 없다. 현수막 비용에 불과하다. 방치하면 4년 후도, 그 뒤에도 결과는 참패일 것이다. 허술했던 선거대응 총선을 잠시 복기해보자. 대응의 측면에서 당이 잘못됐던 게 뭐였나. '이종섭 대사→황상무 수석→대파 가격 파동이 총선 전에 갖고 있던 보수세력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상기시켰다. 사람에 대해선 더 빨리 정리하고, 사안에 대해선 더 제대로 설명을 해야 했다. 이종섭 대사를 부임 열흘 만에 귀국시키면서 당에선 '이제 악재가 해결됐다'고 했다. 난 어마어마한 괴리를 느꼈다. 하루라도 빨리 자진 사퇴시켜야 될 것을 왜 이렇게 둔감한가 싶었다. 이런 당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결심 없이는 이 당은 생존이 어렵다. 연고주의에 기대 다음에도 45% 얻어 그냥 끌려가는 정당으로 남아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게 과연 생존일까. 그때 왜 제대로 대응을 못 했나. 모두 대통령을 의식한 건가. 그 이전에 수도권 민심에 대한 '더듬이'가 없거나 약했다. 당 전체가 수도권 유권자들의 민심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적자생존 아닌 따뜻한 보수 지향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아이디어는 어떤가. 넉넉하신 분들은 받아도 별 도움도 안 되면서 재정으로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된다. 미래의 빚을 그냥 선심성으로 쓰는 것 아니냐.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대표가 그렇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귀에 꽂힌 이유다. 뭔가 우리를 배려한다는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국민을 배려하는 마음을, 국가를 망가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내보였어야 했는데, 그에 둔감했고 공을 덜 들였다. Q : 그럼 어떻게 해야 했나. 예컨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해선 '국민 여러분. 지금 농산물 가격이 이러저러해서 급등했습니다. 수입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농민들에게 타격이 갑니다. 수입까지는 준비가 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재정으로 어느 정도 틀어막겠습니다. 대파 한단 가격 4000원까지 갔는데, 하나로마트에서 1000원까지 내려간 것 모두 재정으로 틀어막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거 오래가면 정말 안 좋습니다. 우린 이걸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어야 했다. 시장원리를 무너뜨리면서 선심성으로 가는 건 반대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대한 도움은 보수에서도 필요하다. 시장원리를 적자생존의 논리로 잘못 이해해선 안 된다. 사회의 응집을 위해선 따뜻한 것을 서로 나눠야 한다. 그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김 여사 특검은 당이 개입하지 말아야 김건희 여사 특검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의힘은 철저한 반성과 함께 정책적인 부분에서 변화도 하고 타협도 해야 하지만, 그 누구건 개인의 사법적 리스크나 도덕적 문제에 대해선 당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처럼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당이 하나의 '로펌'이 돼선 곤란하지 않나. (김 여사 문제는) 대통령실과 야당이 얘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Q : 보수 위기의 상황에서 정치인 윤희숙은 지금 뭘 어떻게 할 건가. A : 당이 깨어나고 바뀌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이다. 수도권 중심의 정당이라는 말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 법치를 바탕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 되자는 것이다. 누구를 봐주고, 상식 밖의 판단을 하고, 연고주의, 줄서기, 무사안일에 빠져 국민과 멀어지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김현기(luckyman@joongang.co.kr)

2024-04-29

[시론] 과학기술계 고사시키는 ‘의사들의 천국’

경제가 발전하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같이 증가한다. 그래서 지난 25년 동안 의사 수가 한국보다 많은 나라조차 의사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 의대 정원을 줄인 상태로 지금까지 오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 게다가 농어촌 특별전형, 중도 이탈자 충원 등을 폐지해 실질적으로 의대 정원은 더 축소됐다. 의대 입학 정원 축소로 인해 ‘2023 보건 통계’에 따르면 국민 1000명당 의사 수는 기존에 알려진 2.6명보다 훨씬 적은 2.23명으로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가장 적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해도 최저 수준이다. 세계는 의사 증원, 한국은 역행 한국 전공의 소득, 세계 최상위 고임금으로 과학 인재도 쓸어가 의사의 희소성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의사들의 임금(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한국 의사의 소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전공의가 주 80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과 미국을 한번 비교해보자. 한국을 제외하고 의사 임금이 가장 높은 미국의 경우 전공의 평균 연봉이 8500만원(6만3400달러)이다. 한국 전공의의 평균 연봉인 7280만원(필수 과는 정부보조금 포함하면 848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 전공의의 실질 연봉은 미국의 2배가량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의료전문인, 즉 PA(Physician Assistant)의 평균 연봉은 4500만원이다. 하지만 미국의 PA 평균 연봉은 1억6400만원(12만6010달러)이나 된다. 이처럼 한국의 전공의와 PA 연봉을 미국과 비교해보면 전공의를 포함한 한국 의사들이 얼마나 고소득자인지 자명해진다. 전공의는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수련생 신분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전공의는 과학기술 분야 수련생 신분인 포스트닥 연구원과 비슷한 위치다. 미국의 경우 포스트닥 연구원과 전공의의 평균 연봉은 8500만원 내외로 비슷한 수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박사 학위 취득 후 포스트닥 연구원으로 취업했을 때 평균 35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포스트닥 연구원의 연봉은 전공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라서 배출되는 의사는 박사학위에 준하는 학위를 받은 인력이다. 하지만 한국의 의사는 학사학위에 준하는 학위를 받은 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 전공의의 연봉 수준은 비교할 나라가 없을 정도다. ‘의사 천국’이나 다름없다. 박사학위를 받고도 연봉 3500만원 수준의 수련생 신분인 과학기술계 분야의 포스트닥 연구원은 안정적 일자리조차 찾기 힘들다. 한국 과학기술계의 처참한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국가 예산을 몽땅 과학기술계에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사 후 수련생인 포스트닥 연구원과 학사 후 수련생인 전공의의 처우를 비교하면 적성을 따질 것도 없이 이공계 인력은 10수를 하더라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개인에겐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실제로 10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가려는 기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이공계 인재가 목숨을 걸듯이 의대에 진학하려고 발버둥 치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학생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삼수를 넘어 ‘N수’에 매달리다 보니 과학기술계는 과학을 이해하는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학문 후속세대 인력이 고갈되면서 과학기술계 전체가 고사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정부가 국가 연구비를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과학기술 분야 경쟁력은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의대에서조차 의과학을 연구할 최소한의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전 세계 의대 순위에서 한국 순위가 점차 내려갈 지경이다. 반도체·원전·자동차·철강 등 지금 대한민국 경쟁력의 원천은 의대 블랙홀이 없던 1980~90년대에 과학기술계로 진출했던 인재들이 일군 성과다. 이 세대를 이어갈 과학기술 인재가 없다면 국가의 장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의대 개혁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성출 전북대 의과대학·미생물학교실 교수

2024-04-29

"이 비곗덩어리가 15만원" 제주 유명 맛집 논란…정부 매뉴얼 보니

정부가 비곗덩어리 삼겹살 유통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이후에도 여전히 비곗덩어리 삼겹살이 제주도의 한 유명 맛집에서 판매돼 공분을 샀다.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열 받아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제주도 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주도 1년 살이를 하고 있다는 작성자 A씨는 "친동생이 제주도에 놀러 와서 연예인들도 자주 가는 제주도의 한 고깃집에 데려갔다"며 "그런데 해당 식당에서 소비자 기만 횡포를 부리더라"라고 당시 판매된 삼겹살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을 보면, 불판에 올려진 삼겹살엔 비계가 대부분이었다. A씨는 "98% 이상 비계뿐인 15만원 짜리 비계 삼겹살"이었다며 "처음 비계 삼겹살을 받고 직원에게 문제를 제기했더니, 직원은 '이 정도면 고기가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이후 고기를 잘라보더니 문제가 있다 싶었는지 주방으로 가져갔지만,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다시 가져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3점 먹고 14만7000원을 계산하고 나왔다. 사장에게 따지려고 했지만, 사장이 없다고 한다"며 "비곗덩어리가 무려 15만원가량 하니 어이가 없다. 실제 리뷰에 저같이 당한 사람들이 몇 명 있던데, 그래도 장사가 잘되고 제주 관광객 특성상 한 번 가면 다시 올 일 없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비양심적으로 장사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A씨는 "이런 비양심적인 식당은 어떻게 해야 두 번 다시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 짓을 하지 않게 될까"라며 "힘없는 일개 시민이 연예인도 오고 TV에도 나온 훌륭한 식당을 상대로 이런 글을 남겨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자문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의견을 물었다. 비계가 지나치게 많은 삼겹살을 판매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인지도 높은 한돈 삼겹살 1kg이비곗덩어리였다는 커뮤니티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미추홀구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이 비곗덩어리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배포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육가공협회와 대형마트 등 축산업 관계자들에게 배포한 이 매뉴얼은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소포장 삼겹살은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로 지방을 제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과지방 부위는 폐기를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삼겹살 품질관리) 가이드라인에 잘 맞춘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에는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지혜(han.jeehye@joongang.co.kr)

2024-04-29

[채병건의 시선] 국민의힘, 사라질 위기 알기나 하나

빠르면 10여년 후엔 ‘여의도 전설’이 만들어질 것 같다. 과거 보수 정당이 다수당이던 시절이 마치 전설처럼 전해질 때가 올 것 같다는 말이다. 22대 총선 결과를 따져보면 그렇다. 이번엔 개헌 저지선 100석을 겨우 넘겼지만, 국민의힘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론 100석도 위태롭다. 지금 대한민국의 구조적 위기는 저출산·고령화와 지방소멸이다. 그런데 이는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도 치명적이다. 22대 총선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보수 여당의 참패에 그치지 않고 보수 정당 참패를 고착화하는 한국 정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주 지지층 현 ‘60대 이상’ 줄어 인구감소 지역구도 국민의힘 다수 지역·세대 확장 절박감 안 보여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국민의힘의 미래를 예상해 보자. 지난 10일 총선 당일 방송 3사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0대 이상의 강력한 충성에 의지해 버텼다. 60대(국민의힘 62.9% 대 더불어민주당 34.1%), 70대 이상(72.7% 대 25.3%)은 압도적으로 국민의힘을 응원했다. 반면 20대부터 50대까지는 모조리 과반이 민주당을 지지했다. 10년 후엔 더 심각해진다.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 선거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1.9%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10년 후에 이들(즉 70대 이상)의 비율은 23.2%로 줄어든다(통계청 ‘인구로 보는 대한민국’ 추산). 반면 민주당 지지의 축인 현재의 4050 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이번엔 37.4%(중앙선관위)였는데, 2034년엔 35.3%(통계청 추산)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바뀌지 않는다. ‘진보 장년’은 시간이 지나면 ‘진보 노년’이 될 테니 10년 후 유권자 지형은 지금보다 더 민주당에 유리해져 있다. 또 이번 총선처럼 20·30세대가 40·50세대와 동조화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국민의힘은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다. 인구소멸 역시 국민의힘에 위기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구가 나와 있다. 연평균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 순이동률 등 8개의 인구감소지표를 종합해서 지정했다. 89곳 인구감소지역을 22대 총선의 정당별 당선 지역과 겹쳐 봤다. 인구감소지역이 지역구에 포함된 당선인은 국민의힘이 지역구 90명 중 27명으로 3분의 1에 육박한다. 민주당은 지역구 161명 중 16명이다. 당연한 결과다. 인구감소지역은 지방에 집중돼 있는데, 민주당은 수도권을 석권했으니 ‘인구소멸 지역구’ 위기는 대부분 국민의힘에 해당된다. 물론 국회가 인구감소에 맞춰 지역구를 자발적으로 통폐합할 리는 없다. 미루고 미룰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소멸에 따른 지역구 의석수 감소의 위기는 국민의힘이 더 심각하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지도가 의도치 않게 담고 있는 추론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살기 위해선 선택지는 오직 확장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생존하고, 2030을 뚫어야 한다. 지역 확장, 세대 확장 만이 살길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반성할 건 ‘대북 보수’를 전가의 보도로 삼으려는 나태함이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관심 밖 불량국가이다. 이들은 취업난과 고물가, 높은 거주비용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이고, 대북 정책은 보수 정당의 기본 소양일 뿐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당연히 젊은이를 끌어당길 한국판 ‘담대한 희망’을 찾아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고민이 없다. 다른 하나는 인식의 확장이다. 국민의힘은 집단적으로 동굴의 우상에 갇혀 있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비슷한 얘기를 하고, 비슷한 주장을 하니 나와는 다른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끼지 못한다. 이번에 수도권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낙선자의 얘기다. 선거운동 기간에 명함을 돌리기 위해 저녁마다 거리의 식당을 찾아다녔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가게마다 손님은 없고 주인 혼자 지키고 있으니 명함을 건넬 이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조 심판론’이 먹히기를 기대했다면 복권 당첨을 바란 것이다. 정당이 중요한 건 정당을 통해 지지층의 가치와 선택이 법과 제도로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또 당장은 모두가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나라를 이끌 리더도, 나라가 가야 할 비전도 결국 정당을 통해 만들어진다. 폐쇄적 정당에선 확장형 리더가 클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제 시간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의 편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절박함이 없다. 국민의힘이 보수의 미래를 고민하고 국민은 편안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과 지지층이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의힘은 벌써 편안해 보인다. 국민과 국민의힘의 처지가 뒤바뀌었다는 게 개탄스럽다. 채병건(mfemc@joongang.co.kr)

2024-04-29

[삶의 향기] 짧은 머리, 짧은 생각

어릴 때 내 헤어 스타일 담당은 위의 남자 형제들이었다. 머리가 길다 싶으면 마당에서 보자기를 목에 둘러 큰 무쇠 가위로 썩둑 썩둑 눈대중으로 잘랐다. 눈썹을 기준으로 자르면 좋으련만 머리카락은 점점 이마 위로 올라갔다. 첫째가 자르다 지겨워지면 둘째가 이어받고 마지막엔 마당 구석에서 코를 파던 셋째가 무쇠 가위를 인계받았다. 나를 마당에 앉혀놓고 형제들이 놀러 가 버리면 나는 거울을 보고 통곡했다. 내 짧은 산발은 딱 쥐 파먹은 몰골이었다. 모두 최선을 다했으나 불행히도 미적 감각은 없었다. 페미니즘의 기본 바탕은 공정 짧은 머리 혐오대상일 수 없어 최고의 아름다움은 생의 열정 덕분에 나는 동네에서 김씨 집 막내아들로 불렸다. 오빠들의 헌 옷을 물려 입고 딱지를 치니 나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건 내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었다. 어릴 적 여자아이 머리카락의 길고 짧음은 빈부의 기준이었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윤기 나는 긴 머리를 땋거나 늘어트려 꽃핀으로 장식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머리를 다시 땋아주는 친구 엄마를 보면서 예쁜 것들은 시간을 오래 들인다고 생각했다. 짧은 머리는 빨리 말라서 실용적이었다. 머리를 몇 번 흔들면 헤어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거울을 안 보면 열등감도 없었으니, 가난은 일체유심조였다. 시골 동네도 빈부격차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가난해서 비교 대상은 많지 않았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가풍답게 나는 성장해서도 손질 편한 머리를 고수했다. 나는 두상이 예쁘면 삭발도 괜찮다는 부류라 어떤 스타일이든 ‘어울리면 최고’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20대 남성이 짧은 머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성을 무차별 폭행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가해 남성은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생각해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아직도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구분한다는 것이 놀라웠고 헤어 스타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든 사적 자기결정권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여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회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일자리나 기회가 흔치 않았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해가면서 여성들은 현모양처의 역할 위에 사회적 경제활동까지 부가되었다. 타고난 능력 계발을 떠나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과 교육비를 감당하려면 가장의 외벌이만으로 힘들었다. 우리 때만 해도 가족의 저녁 준비를 위해 칼퇴근을 하는 여직원의 등 뒤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고 출산 휴가를 내려면 사표 압박을 받기도 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온갖 집안 행사에 노동 인력으로 불려 다니는 것도 여전했다. 남편의 허락 없이 긴 머리를 쇼트 커트로 잘랐다고 야단맞았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낀 세대’인 우리와 달리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양성평등 교육을 받고 할머니와 엄마의 인생을 간접 경험한 세대다. 직장에서 날밤을 새울 정도로 업무에 적극적이어서 남자 동료를 추월하는 일도 흔하다. 능력을 숭상하는 경쟁 사회에서 성별은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여성의 권리가 빛의 속도로 발전한 것 같지도 않다. 성별 갈등으로 폭력을 행사한 청년에겐 사회의 무한 경쟁 속에 여성이 대거 진출하는 상황에서 생겨난 박탈감도 있었을 것이다. 젊은 남성들은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은 가부장제의 폭력을 대신 속죄(?)해야 하는 부당함과, 여성과도 경쟁해야 하는 자기들이 가장 불행한 세대라고 항변한다. 여자들이 할머니나 엄마처럼 희생하지도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는 말을 들으면 가부장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남성지배의 구조 체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도 남성이다. 흙수저 출신이거나 몸이 약하거나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출발부터 다르면 강하고 힘센 자들의 리그에 진입할 수 없다. 케이트 밀렛의 유명한 가부장제 원리 중 하나가 “나이가 더 많은 남성이 적은 남성을 지배한다”이다. 페미니즘의 바탕이 공정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짧은 머리의 나이 든 여성 작가에게서 늙으니까 참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성적 대상에서 해방되었다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했다. 긴 머리가 아름다움의 고정관념이 되어서는 안 되듯 짧은 머리가 여성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누가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 삭발하든 짧게 자르든 있는 그대로 보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여성도 짧은 머리다. 나처럼 머리를 감고 툴툴 털어 버릴 것 같다. 내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남녀 불문, 자신에게 집중하는 유형이다.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눈을 반짝거리며 자기 일에 매진하는 사람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생의 열정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김미옥 문예평론가

2024-04-29

러 스파이 혐의 독일군 장교 "핵전쟁 두려워서"

러 스파이 혐의 독일군 장교 "핵전쟁 두려워서" "정보 알아내 가족 대피시키려 했다" 진술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군사기밀을 러시아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전직 독일 연방군 장교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무기가 사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마스 H(54)는 29일(현지시간)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에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 핵무기가 곧 사용될 것으로 생각했으며 핵무기가 터지는 시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가족을 미리 대피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군에서 전자전 시스템 조달 담당으로 일하던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과 본에 있는 러시아 총영사관에 군사기밀을 자진해 넘긴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됐다. 그는 독일 연방군 내부망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CD에 담아 러시아 공관 우편함에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측과 따로 접촉하거나 금품을 받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친러시아 성향의 극우 독일대안당(AfD) 지지자의 틱톡 계정을 팔로우했으며 틱톡 영상을 보고 러시아 공관에 연락하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문제로 독일이 전쟁 당사자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했는가 하면 시민 안전을 돌보지 않는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도 했다. 몇 년간 과로로 몸무게가 18㎏ 빠지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수면·불안장애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악순환'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며 기밀 누설보다 의사에게 가는 편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6월 말까지 여섯 차례 더 공판을 연 뒤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계연

2024-04-29

'팬데믹 재발방지' WHO 국제협정 놓고 합의 근접

'팬데믹 재발방지' WHO 국제협정 놓고 합의 근접 "미래 세대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할 역사적 기회 포착"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코로나19와 유사한 팬데믹 재발에 대비한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WHO가 29일(현지시간) 밝혔다. WH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보건규약(IHR) 개정안 초안을 만들기 위한 정부 간 협상기구 실무그룹이 8차까지 진행된 회의에서 중요한 진전을 봤다고 전했다. 회원국 간 최종 합의 단계에 가까워진 초안은 다음 달 16∼17일에 재개될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논의된다고 WHO는 설명했다. WHO는 협상 진전 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염병의 영향으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할 역사적인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 현 협상 국면을 평가했다. IHR 개정안은 글로벌 보건 위기를 초래할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국제사회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각종 규범을 담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초동 대응이 늦었고 백신 허가와 보급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 작년부터 WHO 회원국들은 정부 간 협상기구(INB)를 꾸리고 개정안 초안 작성 논의를 해왔다. 내달 27일부터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 최종 합의를 마친 초안을 올려 채택되도록 하자는 게 WHO와 회원국들의 계획이다. 그간 IHR 개정안 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WHO가 '역사적 기회를 포착했다'는 표현을 써 가며 보도자료를 낸 것은 IHR 초안 합의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IHR 초안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이견이 많았다. 국가별 소득 수준과 보건 역량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항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백신·치료제의 지식재산권 문제나 배분 원칙 등도 각국이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쟁점이다. 감염병 위험 초기 WHO에 강력한 책임을 부여해 국제사회의 초동 대응 능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두고는 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국 보건 정책을 WHO가 좌우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일었다. WHO는 지난달 "IHR의 어떤 조항도 WHO가 회원국 정책에 관해 지시·명령할 권한을 갖지 않도록 한다는 게 회원국들의 합의 사항"이라며 진화하기도 했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안희

2024-04-29

G7, 늦어도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합의

G7, 늦어도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합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늦어도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은 이날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 회의에 참석한 앤드루 보위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을 통해 알려졌다. 보위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클래스 CNBC'와의 인터뷰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2030년대 상반기에 석탄 사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역사적인 합의"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이틀간의 G7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회의가 끝난 뒤 30일에 발표될 공동 성명에 포함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말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를 가속하기로 합의한 이후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기후변화 싱크탱크 ECCO의 공동 창립 멤버인 루카 베르가마스키는 엑스에 "특히 일본, 더 넓게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전체 석탄 경제에서 청정 기술로의 투자 전환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석탄 화력발전은 전체 발전량의 4.7%를 차지했다. 이탈리아는 석탄 화력발전소 6기 중 2028년이 기한인 사르데냐섬을 제외하고 나머지 5기를 2025년까지 폐쇄할 계획이다. 독일과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난으로 석탄 발전 비중이 높아져 지난해 석탄으로 생산한 전력의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어섰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중단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폐지에 속도를 낸다는 내용이 공동 성명에 담겼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창용

2024-04-29

[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미국인들이 술 취한 선원처럼 돈을 써댄다

요즘 미국인의 씀씀이가 심상찮다. 올해 1분기(1~3월) 소비가 직전 분기와 견줘 2.5% 늘었다. 지난해 4분기(3.3%)보다는 못하지만, 올해 1분기의 월별 흐름을 보면 마지막 달인 3월에 가까울수록 미국인의 씀씀이가 더욱 커졌다. 그 바람에 예상치(2.5%)보다 낮은 1분기 미 경제 성장률 1.6%(연율 기준)을 경기둔화 또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침체)의 신호로 보는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거의 없다. 사실 미 상무부가 내놓은 1분기 GDP 통계를 보면, 성장률이 낮아진 요인이 심각하지는 않다. 무역수지가 나빠지고, 연방정부의 지출과 기업의 재고 쌓기가 준 탓이다. 기업의 재고 증가는 GDP 통계에선 투자 증가로 잡힌다. 무사귀환한 선원이 기분 내듯 통화 긴축에도 왕성한 씀씀이 Fed 기준금리 첫 인하 미뤄져 달러 가치 5% 더 오를 가능성 미 경제분석회사인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사이나이 대표는 “무역 적자 확대나 정부의 지출 감소, 기업의 재고 감소는 일회성 사건”이라며 “미 성장의 메인 엔진은 힘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이나이가 말한 메인 엔진은 소비다. 미국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를 차지한다. “2분기 다시 고성장 회복할 듯”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폴 애시워스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보고서에서 “3월 이후 소비 흐름을 보면, 올해 2분기(4~6월)에 성장률이 3% 선으로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인의 왕성한 씀씀이는 제롬 파월 등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실직자 증가→소비 등 총수요 감소→물가 하락을 기대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 마디로 1980년대 이후 한 세대(약 30년) 정도 유지된 통화정책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월가 사람들은 놀라운 수사학적 재능을 발휘한다”고 미 금융역사가 존 스틸 고든이 몇해 전 기자와 통화에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월가 사람들은 돈을 마구 쓰다시피 하는 미국인을 ‘술 취한 선원들(Drunken Sailors)’이라고 한다. 18~19세기 영국 런던 템즈강 선착장 주변의 선술집에서는 긴 항해에서 살아 돌아온 것을 자축하는 뱃사람들이 처음 본 사람에게도 공짜 술을 대접했다. 이런 술취한 뱃사람 모습이 통화 긴축에도 지갑을 활짝 여는 미국인 때문에 21세기에 소환된 셈이다. 근대 초기 영국 선원들은 인도나 중국 등으로의 원격지 무역을 통해 목돈을 쥐었다. 그렇다면 요즘 미국인들은 무슨 돈으로 왕성하게 소비하고 있을까. 사이나이 대표는 “팬데믹 이후 일자리 창출이 아주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1~3월 사이 평균 27만 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호황의 기준인 월 21만 개를 여전히 웃돈다. 팬데믹 시기 노동자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떠나는 바람에 임금도 많이 올랐다. 요즘 새로운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일자리 제공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팬데믹 시절 임금 상승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의 임금·투자 소득 증가 두 번째 요인은 투자소득의 증가다. 영국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상당수가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빅테크와 가상자산(코인) 열풍 덕분에 상당한 투자 이익을 거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으로 금리가 올라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미 국채 등을 주로 편입하는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해 연 5% 이상의 수익을 누렸다. 세 번째는 쏠쏠한 주택 임대수입이다. 사이나이 대표는 “임대회사뿐만 아니라 50~60대 집주인 1100만 명 이상이 임대수입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금과 투자 소득 덕분에 요즘 미국인들이 술 취한 선원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인이 술 취한 선원이 되는 바람에 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 애초 6월에 첫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지만, 1분기 미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9월 이후에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그럴지는 내일(5월 1일) 종료되는 Fed의 정례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의 성명서 등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고금리 2026년까지 이어질 수도 Fed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이든 고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서 고금리는 미국의 중립금리(R*, R스타)로 추정되는 2~2.5%보다 기준금리가 높은 것을 말한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소비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가상금리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경기는 억제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은 3% 선을 맴돌 전망이다. 반면에, 영국과 유럽 등의 금리 인하는 6월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유럽 사이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금리차 때문에 평균적으로 5% 정도 상승했다.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면, 캐피털이코노믹스 등 영미권 경제분석회사들은 달러 가치가 올해 안에 추가로 5%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강달러 파고가 다가온다는 얘기다. 그런데 29일 한때 엔화는 달러당 160엔선까지 밀렸다. 원화는 달러당 1380원 선에서 오르내렸다. 엔화 가치가 160엔 선까지 밀리는 일은 영미 분석가들이 올해 하반기에나 일어날 사건이라고 봤는데, 외환시장이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원화 가치도 예측보다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강남규(dismal@joongang.co.kr)

2024-04-29

[글로벌 아이] 멕시코 대선의 핫 이슈, 물 부족

라틴아메리카의 강국 멕시코 정가에 보기 드문 인물들의 경쟁과 함께 새로운 화두가 등장하고 있다. 멕시코에선 오는 6월 2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해 2만 명 넘는 선출직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1824년 연방정부 수립 이후 가장 판이 큰 선거다. 그중에서도 단연 관심이 쏠리는 자리는 대통령직이다. 특히 올해는 멕시코 역사상 최초로 유력한 후보 두 사람 모두 60대 여성이라는 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여성 정치인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집권 좌파 국가재건운동(모르나)당의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전 멕시코시티 시장과 우파 야당 연합체인 광역전선의 통합 후보 소치틀 갈베스(61) 전 상원의원. 이들은 비슷한 나이 외에도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 무엇보다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공약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는 경제·마약·치안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고질적인 물 부족사태는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어버렸다. 엘니뇨 현상으로 강수량이 줄어 십 년 넘게 계속된 가뭄은 현재 최악의 상태이다. 국토의 80%가 가뭄에 허덕이며 전국 저수지의 저수량은 40%대로 줄었고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는 단수에 고통받고 있다. 상황이 최악인 동남부 치아파스주 주민들은 세계에서 코카콜라를 가장 많이 마신다는 오명까지 얻었다. 마실 물이 부족하다 보니 주민들은 물 대신 지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카콜라로 갈증을 해소하며 심지어 아기에게도 콜라 젖병을 물린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이런 물 부족 사태에 대응하고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셰인바움 후보는 지속가능한 물 활용 30년 계획을 갖고 나왔다. 정부뿐 아니라 농업·산업·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액션을 취하겠다는 공약이다. 상대편의 갈베스 후보는 셰인바움의 집권당이 지난 6년간 물 부족 사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의 상수도망을 늘리고 기존의 파이프 누수 복구에 우선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1억2000만 인구의 절반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멕시코. 두 후보가 내놓은 방안 모두 물 부족 사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되든 멕시코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사실. 수많은 남성이 해결하지 못했던 이 난제를 여성의 리더십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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